中 간쑤성 산사태… 300여가구 매몰 1400여명 사망-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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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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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산더미 ‘진흙 폭탄’ 길이 5km-폭 500m 삼켜中정부 2급 재난 경보 발령… 강 범람하며 추가피해 우려

8일 대규모 산사태로 14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중국 간쑤(甘肅) 성의 저우취(舟曲) 현은 ‘간쑤 성의 도화원(별천지)’이란 별칭을 가진 곳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명승지 주자이거우(九寨溝)와는 직선거리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산세가 험하고 도로가 나빠 접근이 쉽지 않다. 또 가파른 협곡을 흐르는 바이룽(白龍) 강 양변을 따라 거주지가 형성돼 산사태와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8년 5월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에서도 200여 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항상 지진 불안까지 안고 사는 지역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8일 새벽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저우취 현소재지로 진흙과 모래 돌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내렸다. 반관영 중국신문은 “엄청난 분량의 토사가 주택가를 덮쳐 폭 500m, 길이 5km 지역이 완전히 평지처럼 변했다”고 전했다. 현재 약 300가구가 파묻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뎨무장텅(迭目江騰) 저우취 현장은 “많은 사람이 갇혀 있는데 진흙이 두껍게 쌓여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당초 실종신고자 2000여 명 가운데 680명을 구조해 실종자는 1294명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산사태가 주민 대부분이 잠든 오전 1시경 발생한 데다 일가족 모두 사망한 가구가 많아 사망 및 실종신고가 뒤늦게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산사태로 저우취 현에서만 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산사태로 대형 언색호(堰塞湖)가 생기면서 강이 범람해 현소재지의 절반 이상이 침수되는 등 긴급 상황이 이어졌다. 언색호는 한때 너비 약 100m, 길이 3km에 수심 9m로 형성돼 추가 피해 가능성이 높았다. 이날 언색호 일부에 구멍이 나 물이 빠지면서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로 일부에는 1∼2m 두께의 진흙이 덮여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산사태로 두절된 도로와 끊긴 전력 및 통신이 복구되기 시작했으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은 약 13만4700명의 전체 현 주민 가운데 32.8%가 티베트족인 티베트족 자치구역이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족이 많은 민감한 지역이라는 점을 의식해 긴급구조와 피해복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4월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대지진도 티베트족 자치주에서 발생해 티베트족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를 당했다.

중국 당국은 2급 재난경보를 발령하고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공무원을 총동원해 긴급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장에 도착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현장에 차려진 지휘본부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했다. 구조대원들은 “홍수로 휩쓸려간 사람들의 위치를 찾아내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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