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96분 연설’ ‘伊미녀 100명 초청’ 기행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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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다피 뿔나게 한 한국 보도는호의적 내용도 상당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최근 “한국과의 외교 관계를 끊으라”며 흥분한 데에는 알바그다디 알마무디 총리가 “카다피 원수에 대한 한국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라고 보고한 내용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어떤 것들이었을까.

지난해 9월 23일 유엔총회 개막 연설 보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카다피 원수는 전통의상을 입고 “뉴욕은 거리가 너무 멀고 보안도 심하다”며 “유엔 본부를 리비아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서방 국가의) 실험실에서 만든 생물무기가 아니냐고도 했다. 연설자로 소개된 뒤 17분이 지나서야 연단에 올랐고 연설 시간이 무려 96분간 이어지면서 기진맥진한 통역사가 중간에 교체됐다는 점도 조롱거리였다. 당시 한국 언론은 “연설이 끝났을 때 아무도 기립박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다피 원수가 이탈리아 미녀 100여 명을 초청해 특별한 이슬람 역사 강연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참석한 여성에게는 60유로(약 10만 원)가 주어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강조한 모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의적인 보도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카다피 원수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장을 방문할 때 들른 한 시골 마을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비교해 김 위원장이 카다피 원수를 배워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카다피 원수가 2003년 핵포기 선언을 한 이후 리비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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