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이다해가 A급 화장품 모델인 까닭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6월 17일 16시 24분


화장품 광고 모델의 첫째 조건은 잡티 없이 뽀얀 피부다. 유난히 밝은 피부톤을 가진 배우 이다해. 사진제공 KBS.
화장품 광고 모델의 첫째 조건은 잡티 없이 뽀얀 피부다. 유난히 밝은 피부톤을 가진 배우 이다해. 사진제공 KBS.


얼마 전 이다해 씨와 화보 촬영을 했다. KBS2 드라마 '추노'에서 언년이로 열연한 그는 출연 당시 '노비인데 너무 예쁘다'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 모습도 그렇게 예쁠까 궁금했다. 그리고 직접 대면하게 된 그는 정말 뽀얗고 고왔다.

광고 제작자들과 광고주의 관심은 모델의 이목구비가 얼마나 예쁜지 아닌지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피부가 얼마나 깨끗한지다. 모델 앞에서 "와, 도자기 피부네요" "어머 피부가 정말 좋군요"라고 추켜세우는 광고 제작자들의 마음 속에는 '야호, 제작비 덜 들겠다'는 진심이 숨어있다.

▶ 화장품 CF 제작비와 모델 '상태'의 관계

음식 광고의 관건이 '얼마나 음식을 맛있게 표현하는가'라면 화장품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이 얼마나 예뻐보이는가'다. 소비자들은 늘 합리적인 비교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광고에 등장하는 이미지에 의존해 구매를 하게 된다.

화장품 광고에서 광고의 컨셉트가 얼마나 창의적인지와 모델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비중을 평가하라면 필자는 50:50 이라고 답하고 싶다. 광고인으로서 기분 좋은 스코어는 아니지만, 화장품 광고에서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모델을 멋지게 꾸미는 것도 광고의 창의력 영역으로 본다면 모델의 중요성이 조금쯤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래서 소위 '물건 파는 힘이 있다'고 평가 받은 빅 모델들은 이 브랜드에서 저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쉼 없이 화장품 광고를 계속 하게 된다. 한 번은 대형 화장품 회사 간에 모델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다. 서로 상대편의 잘 나가는 모델 한 명씩을 엄청난 금액에 계약해 놓고, 모델들을 '잠수'시킨 것이다. 그래서 두 빅 모델은 얼마 후 상대편 회사의 모델들로 활동하게 됐다. 지금도 그녀들은 새롭게 자리 잡은 곳에서 모델로 활동 중이다.

아기처럼 곱고 얀 피부 덕분에 'A급' 화장품 모델로 꼽히는 구혜선. 스포츠동아 김종원기자.
아기처럼 곱고 얀 피부 덕분에 'A급' 화장품 모델로 꼽히는 구혜선. 스포츠동아 김종원기자.


이렇게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치열한 화장품 광고 모델은 모든 여자 연예인들의 로망기도 하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인기를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면으로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은 얼마나 진실일까? 물론 '본판 불변의 법칙'은 광고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러나 아무리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어도 정교하고 솜씨 있는 컴퓨터그래픽 전문가에 의해 조금은 다듬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인가에 있다. 피부가 좋은 모델은 톤 수정 정도만 해도 그림이 살아나는 반면에, 피부가 좋지 않은 모델은 톤 수정에 앞서 아주 작은 잡티까지 지우는 작업은 물론, 불필요한 주름 지우기, 눈 흰자위를 맑게 만들기 등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작업 시간을 기준으로 제작비가 책정되다 보니 모델의 피부에 따라 제작비가 10% 까지는 차이 나게 되는 것이다. TV CF 한편 당 대개 2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든다고 했을 때 그 차이가 얼마나 클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화장품 광고의 모델 표정이 마치 로봇 같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너무 많이 빌린 사례다. 잡티를 보정하려다 자연스러운 표정 주름까지 지우다보니 로봇 같은 얼굴이 탄생하는 것이다.

▶ 화장도 커버하는 그래픽의 힘

아나운서 출신의 배우 오영실 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스개 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메이크업 담당자들이 30분 쯤은 두들겨 주어야 밑 화장이 끝난다."

이 정도의 공은 들여야 잡티 없이 깨끗한 피부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여배우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덕목은 예술성이 아니라 팔뚝 힘이 돼야 할 것이다. 또 컴퓨터 작업자들의 도움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메이크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면 전환이 빠른 드라마와 달리 CF카메라의 클로즈업은 여배우들의 화장 아래 피부톤, 잡티까지 여지없이 잡아낸다. 그래서 피부가 좋지 않은 모델과 작업할 경우, 30분 밑화장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지루한 후반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 A양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균일하지 않은 피부톤, 기미, 주름 등으로 스태프들을 난처하게 했다. 컴퓨터 작업을 잘못하면 피부결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없었기에 국내 화장품 광고들 가운데 가장 예쁘게 나온 작품의 후반작업을 맡았던 그래픽 전문가를 찾아가 엄청난 고액에 작업을 맡기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요즘은 더 젊고 예뻐진 모습으로 화장품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화장품의 힘인지, 피부과 선생님의 힘인지, 아니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인지 놀랄 수밖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관리의 힘'이었다.

2000년대 초반을 달군 여성 5인조 그룹 출신의 탤런트 B양은 난생 처음 화장품 광고를 찍던 날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머, 너무 못생겼잖아. 피부도 저게 뭐야…."

스태프들끼리 몰래한 말인데 그의 귀에 들어가 버린 것. 울고불고 난리가 난 모델을 달래 촬영한 CF결과물도 당연히 기대에 못 미쳤고 그는 곧바로 다른 모델로 교체됐다. 그러던 B양 역시 최근 뽀송뽀송한 피부를 뽐내고 있다. 아마 그 날의 굴욕 이후 '칼'을 갈고 닦은 결과가 아닐까?

여배우 C씨는 너무 말라서 특이한 케이스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광고 촬영은 오후에 시작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여배우 얼굴의 붓기가 빠져야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C씨는 너무 말라서 오히려 아침에 촬영해야 약간 볼에 살이 있는 것처럼 예쁘게 나온다.

필자가 직접 만난 연예인 중에 한 눈에도 곱고 백옥 같은 피부를 자랑한 빅 모델은 이다해, 구혜선, 최지우 씨 정도다. 고현정 씨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방송에서 칭찬하는 것처럼 예술에 가까운 피부를 가졌다는 평가다. 고소영 씨도 좋은 피부결을 가졌지만 피부톤이 약간 까무잡잡해 '최고 모델' 리스트에 넣지는 않았다. 물론 이 평가는 극히 주관적임을 밝혀둔다.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품질은 가격에 상관없이 거기서 거기라는 내용을 방영했다. 오랫동안 여성들의 피부를 관찰하고 시장 조사 차원에서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을 테스트해 본 필자에게 개인적 의견을 묻는다면 분명히 브랜드 간 품질 차이는 있는 것 같다. 그냥 심리적 차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배우들의 피부가, 나이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화장품계 'A급 모델'의 조건의 첫 번째가 타고난 DNA라면 두 번째는 꾸준한 관리라는 뜻이다.

이상진 광고회사 웰콤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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