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준 ‘세리 키즈’에게 한턱 쏴야죠”

동아일보 입력 2010-05-18 03:00수정 2011-04-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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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개월 만에 우승 박세리

부담스럽던 그들 이젠 든든
연장전 가면 마음 더 편해져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
커리어 그랜드슬램 꼭 달성
“가슴이 울컥하더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오랜만에 우승한 것이고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이 떠올라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세리(33)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승 직후 미국 골프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울먹거린 이유를 물었을 때였다. 필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지만 3년 가까운 공백을 깨고 다시 정상에 섰다는 감격이 컸으리라. 우승 뒤풀이를 즐길 새도 없이 그는 이번 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미국 뉴저지 주로 가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대회 현장에서 차량에 올라 애틀랜타로 이동하고 있었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뻐요. 동생들이 응원해줘 더 큰 힘이 됐어요. 아직 미혼인데 주변에 아이(세리 키즈를 뜻함)들이 참 많죠. 처음에는 부담도 많았는데 이젠 자랑스럽고 내 존재를 느끼게 해줘요. 샴페인 맞을 때 행복했어요.”

자신을 우상으로 삼은 신지애, 양희영, 최운정 등의 축하 세례를 받은 뿌듯함이 커 보였다. 다들 바쁘게 이동하느라 감사 표시도 제대로 못했기에 뉴욕에서 거하게 한턱 쏠 계획이라는 게 그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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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연장전에서 전승으로 강한 이유에 대해 그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집중력이 평소보다 강해진다. 진다는 생각은 없다. 마음도 오히려 편해진다. 최선을 다해 연장 불패의 기록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비가 내려 헤드 페이스가 젖다 보니 공이 미끄러진 것 같아요. 그린 공략하기에 각도가 좋았고 젖은 모래가 탄탄한 느낌이라 페어웨이에서 치듯 했죠.”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불과 2주 전 그는 달랐다. 멕시코에서 열린 트레스 마리아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전반에 39타, 후반에 45타를 쳐 84타로 무너진 뒤 기권했다.

“그 얘기 꺼내지도 마세요. 심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원래 알레르기가 심해 호흡기 질환이 자주 걸리는데 산소량이 줄어드는 고산지대에서 경기하다 보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이번 대회의 우승 원동력은 우선 코스 사정에 밝았기 때문. 박세리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01년과 2002년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코스를 훤히 꿰고 있었다. 또 그는 “스윙이 간결해져 헤드 스피드가 빨라지다 보니 비거리가 늘었다. 그린에서 라이를 볼 때 오른쪽 눈 위치를 위쪽으로 바꾸고 오픈 스탠스를 하면서 퍼트도 좋아졌다”고 상승세를 분석했다.

메인 스폰서가 없는 박세리는 올해부터 ‘온다 도로(ONDA D'ORO·황금빛 파도)’라는 로고를 새긴 모자를 쓴다. 미국 진출 초창기부터 후원해준 운산그룹 이희상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 밸리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와인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좋은 맛과 향을 내고 싶어요. 이번 우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점을 맞은 기분이에요. 멋있게 후회 없이 선수 생활하고 싶어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같은 목표도 남아 있잖아요.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돼야 하고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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