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함미 둘러본 실종자가족 “조종실 흔적도없이 날아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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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 둘러본 실종자가족 “조종실 흔적도없이 날아가”

백령도 현지의 기상상태 악화로 18일 연결에 성공했던 세 번째 체인이 끊어지는 등 천안함 함수 인양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군은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기울어진 함수를 바로 세워서 인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령도 현지 해군 관계자는 19일 “전날 오후 7시 반경 인양 크레인에 연결된 와이어와 함체를 감싸고 있던 체인을 연결하는 고리 아래 1m 지점에서 체인이 끊어졌다”며 “30노트(초속 15m)가 넘는 강풍과 2.5m 높이의 파도, 너울성 파도가 밀려와 균형을 잃은 함체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체인이 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청도로 피항했던 민간 인양업체 인양팀은 18일 오후에 이어 19일에도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인양 작업을 재개하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백령도 해역에는 25노트(초속 12.5m)의 바람이 불고 파도도 1∼2m로 높게 일었다. 안개비가 하루 종일 내려 시정도 120여 m에 불과했다. 앞으로 2, 3일간 백령도 해역의 날씨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인양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 2명과 천안함 실종자 가족 9명은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복귀한 함미를 약 40분간 둘러봤다.

가족대표단의 일원으로 현장을 참관한 가족협의회 언론담당 최수동 씨는 “실종자 5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조종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더라”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기관조종실 아래에 위치한 가스터빈실의 바닥은 아랫부분의 큰 충격으로 인해 천장까지 휘어져 올라가 있는 상태였고 후타실에는 운동기구들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며 “내부에 장병들이 생존해 있었을 것 같은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가족은 장병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 씨는 “기름과 펄이 뒤섞여 냄새가 진동했지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장병들의 옷가지와 구두, 지갑 등 개인 용품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종자인 박경수 중사(29)의 부인 박미선 씨(29)는 흩어진 옷가지 안에서 남편의 정복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합조단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함미 안에서 발견된 희생 장병들의 유품을 일괄적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19일 천안함의 탄약과 무기류 하역 작업을 완료하고 20일에 함미를 육상으로 옮길 방침이다.

한편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밝혀 그 결과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 밝힌 데 대해 “(북한의 공격이라는 주장이) 현실화해도 조치가 ‘동일한 방법’이 돼선 안 된다는 게 가족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족협의회는 함수 인양이 마무리되면 명칭을 ‘전사자 가족협의회’로 바꾸고 일부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백령도=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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