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백, 신수가 훤해지다

  • 동아일보

○ 이창호 9단 ● 주형욱 5단
준결승 2국 4보(54∼72) 덤 6집 반 각 3시간

프로기사들의 올 1분기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휴직 후 복귀한 이세돌 9단이 11연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박정환 7단은 원익배 십단전에서 우승하고 비씨카드배에서 승승장구하며 16승 2패로 최다승을 기록했다. 또 허영호 7단(14승 2패) 안조영 9단(13승 1패) 유창혁 9단(11승 2패)의 활약이 돋보인다.

주형욱 5단은 좌변 공방에서 우세를 확립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공격을 한 박자 늦게 들어가면서 백에게 수습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 바둑은 적시(適時)와 적소(適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정확한 타이밍에 차지하지 못하면 악수로 돌변할 수 있다. 바둑의 흐름은 매순간 바뀐다. 어느 물결을 언제 올라타느냐를 파악하지 못하면 국면의 흐름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없다.

주 5단은 전보에서 흑 ○로 강력하게 젖혔으나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의 신나는 선수 활용이 이어진다. 백 54부터 60까지 모두 선수다. 흑은 연결하는 데 급급한 반면 백은 실리에 보탬이 되는 수를 두고 있다.

원래 백이 선수할 수 있는 모양은 아니었을까. 아니다. 흑이 전보에서 한 박자 빠르게 대응했다면 백은 선수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백 64로 뛰어나가자 좌변 백 대마는 흑의 공격 사정권에서 일단 벗어났다. 형세는 다시 오리무중이다.

좌변의 급박한 전투가 끝나자 바둑은 뒤늦게 포석으로 돌아간다. 흑 69의 굳힘이 반상최대. 이창호 9단은 백 70과 흑 71을 교환한 뒤 백 72로 멀리 달려간다. 백 68과 일직선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변 백 대마를 간접적으로 보강하면서 우변에서 백의 폭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수다. 전체적으로 백의 신수가 훤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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