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연아야” 점프할 때마다 전국민이 함께 펄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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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따던 날 전국이 ‘들썩’

TV있는 곳이면 수백명 모여 “옳지” “잘한다” “장하다”

세계신기록 나오자 환호

“연아가 점프할 때는 내 마음도 ‘트리플 러츠’를 뛰었고, 연아가 울 땐 같이 울었다.”

온 국민이 김연아(20)의 손끝 하나에 숨을 죽였다. 경기에 나선 김연아가 점프 준비를 하면 모두가 같이 허리를 오므렸다. 김연아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자 시민들도 같이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26일 사상 최고의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대한민국을 온통 뒤흔들어 놨다.

시민들은 이날 낮부터 TV가 있는 곳마다 수백 명씩 모여들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800여 명이 한데 모여 김연아를 기다렸다. 조동혁 씨(27)는 “고향인 전남 목포에 가야 하는데 경기를 보고 가려고 오후 늦게 예매했다.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며 양손을 꼭 잡았다. 시민들은 “우승은 당연하다”면서도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초조해했다.

오후 1시 20분경 드디어 김연아의 경기가 시작됐다. 같은 시간 늘 붐비던 서울 도심 전체는 쥐 죽은 듯 숨을 죽였다. 서울역에서 바삐 오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췄다. 휴가를 나온 군인들도 고대하던 귀향을 잠시 미뤘다. 김연아가 점프를 성공해 나가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지만 “심장이 약해 도저히 못 보겠다”며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는 이도 있었다. “옳지!” “잘한다!” 김연아가 환상적인 스핀으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열화와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연아의 점수가 세계신기록(총점 228.56)으로 나오자 모두들 “전율이 느껴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뒤이어 나선 아사다 마오(20·일본)가 김연아보다 낮은 점수를 받자 축제 분위기가 됐다. 두 손을 꼭 잡고 경기를 지켜보던 박슬기 씨(24·여)는 “연아가 우니까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다. 너무 장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서울 도심 식당가들은 ‘김연아 특수’를 맞았다. 식당들은 ‘김연아 경기 생중계’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손님들을 받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을 가득 메운 회사원들은 숟가락을 드는 것도 까먹은 채 경기를 지켜봤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복숙 씨(48·여)는 “며칠 전부터 손님들이 보여 달라고 난리여서 아예 대형 스크린으로 설치했다”며 웃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회사원들은 “오늘은 조금 늦게 회사에 들어가도 괜찮다”며 귀사를 미룬 채 재방송을 계속 지켜보기도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 환자들도 이날만큼은 ‘건강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평소 5곳을 운영하던 수납 창구는 직원들이 TV 시청을 하느라 2개로 줄었지만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연아의 경기가 끝나자 “게임 끝이다. 아사다의 경기는 보지 않아도 된다”며 환자들이 병동으로 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국진 씨(74)는 “병원에 있으면 정말 무료한데 오늘은 김연아 덕분에 너무 즐겁다”며 “몸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도 하루 종일 뜨겁게 달궈졌다. 김연아의 공식 홈페이지(www.yunakim.com)는 접속자가 폭주해 오후 내내 다운됐다. 미니홈피는 밤늦게야 복구됐다. 누리꾼들은 “소녀 연아가 드디어 오늘 여왕으로 등극하셨다” “시상식이 아니라 ‘대관식’이다”라며 우승을 자축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완벽한 연기…전국민이 펄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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