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인터넷 실명제’ 은밀히 추진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찬성측 “허위정보 막아야”
반대측 “지금도 감시 심해”

중국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은밀히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올해 5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시가 실명제 실시를 처음 발표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7월 말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과 넷이즈 소후닷컴 등에 실명제 실시를 지시했으며 사이트 운영자들도 누리꾼들이 로그인할 때 실명과 신분증 번호(공민증 번호) 등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나 실명제를 지지하는 측은 인터넷을 통한 허위정보 유포를 막고, 누리꾼들의 책임을 강화하며, 특히 욕설이나 비방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중국은 타오바오(淘寶) 같은 일부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실명이 필요 없다.

바이두(百度) 텅쉰(騰訊) 등 주요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한국의 실명제가 왜 중국에는 맞지 않나’라는 논문의 초록을 올려놓았다. 한 누리꾼은 “실명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국처럼 언론이 통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도 실명제를 하면 이는 변형된 문자옥(文字獄·명청 시대 관리나 학자의 글 내용 중 황제를 비난하는 내용 등을 이유로 처벌하던 것)”이라며 “중국은 언론 통제를 풀고 관련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꾼 뒤에나 실명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장 성 사회과학원사회학연구소 양젠화(楊建華) 부소장은 “윈난(雲南) 성 형무소의 인권침해 사건 등 익명의 누리꾼 제보가 없었다면 해결되지 못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저장대 언론 및 국제문화학원 사오즈쩌(邵志擇) 교수는 “인터넷은 사회갈등이 많은 중국에서 일종의 불만 배출구 같은 기능을 하는데 이를 실명제로 막으면 이 배출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실명제 등 중국 당국의 조치들이 개인의 자유 제한은 물론이고 신장(新疆)위구르 티베트 등 소수민족들의 반정부 활동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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