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갯벌 해안선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프랑스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는 1967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영국의 해안선 총길이는 얼마인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그가 해안선 길이를 몰라서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만델브로는 해안선의 길이는 1m자로 재었을 때와 1cm자로 재었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안에 다시 구불구불한 모양이 나타난다는 프랙털(fractal) 이론은 이렇게 탄생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전체 모양과 부분 모양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프랙털 패턴의 대표적 사례로 세계에 소개된다. 이처럼 들쭉날쭉하고 복잡한 해안 지형을 리아스식 해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젠 지리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것 같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해안 길이가 1910년대 평균 2148km에서 지난해 1448km로 90년 사이 40.27%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길이가 짧아졌을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굴곡도도 1910년대 8.16에서 4.47로 낮아졌다. 굴곡도가 0이면 직선이란 뜻이다.

▷서해안은 섬이 많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며 갯벌이 넓어 간척과 매립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그런 연유로 송도, 아산만, 시화호, 새만금 간척사업 등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해안선이 직선으로 펴진 곳이 많다. 식량이 모자라던 시기에 쌀농사를 지을 땅과 수자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던 간척사업은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쌀이 남아돌면서 쌀농사를 위한 간척사업은 사라졌다. 새만금도 올 7월에 발표된 계획에서 농지 비율이 전체의 7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수도권 일대의 서해안에서 신도시 건설을 위한 바다 매립이 활발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그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갯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갯벌은 어류 조개 등 수산자원과 조류 등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며 오염을 정화하고 재해를 방지한다. 심미적 관광적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이 방조제를 허물고 개간지를 갯벌로 다시 복원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보존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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