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나노미터(n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첨단 우주기술을 다루는 과학자들도 당장 내일의 일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긴 마찬가지다. 사람이 할 일은 다 하되, 성공과 실패를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우주개발에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온 국민이 나로호의 성공을 고대하고 있지만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기대와 초조는 더할 것이다. 1단 액체연료 로켓을 만든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에네르고마시사의 과학기술자 160여 명은 전남 고흥군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2007년 5월 한국에 들어온 15명 중 일부는 오랜 객지 생활로 향수병까지 걸렸다고 한다.
2단 고체연료 로켓 개발 과정에서 250여 명의 항우연 연구원들이 겪은 고생도 다양하다. 이들은 2002년 이후 휴가와 주말을 반납해가면서 발사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상단부 엔진 고공환경시험설비(HATF) 구축팀 김상헌 연구원은 HATF 최종 검증시험이 결혼식 이틀 전에 끝나 간신히 나로우주센터를 ‘탈출’해 결혼식을 올렸고, 같은 팀 동료들은 작업복 차림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2006년에는 로켓이 시험 도중 폭발해 원인을 찾아내고 복구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전자 장비를 실험하던 시험용 항공기가 추락할 뻔하기도 했다.
19일 나로호 발사가 자동 중지되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왜 하필 러시아를 파트너로 택했느냐, 러시아가 시험한 것은 RD-191이고 나로호의 RD-151 엔진과 다른 것 아닌가, 러시아에 막대한 돈만 주고 기술은 전혀 이전받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 등이다. 비판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모두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핵심 기술을 갖지 못한 기술종속국의 설움으로 귀착된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우주선진국들도 로켓 발사에서 뼈아픈 실패를 많이 맛봤다고 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밖에….
나로호의 발사일이 다시 25일로 잡혔다. 나로호 발사를 준비하면서 이미 많은 기술이 축적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위성 발사체 개발 과정의 한 사이클인 설계, 제작, 시험, 조립, 발사 운영 등을 러시아와 공동 수행함으로써 우주선진국의 운영체계와 경험을 체득했다. 또 발사체 상단부의 고체연료 로켓을 우리가 직접 개발했고, 나로우주센터를 조성한 점도 큰 성과로 꼽힌다.
항우연은 2018년에는 순수한 우리 기술로 KSLV-II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2020년에는 달 탐사 궤도선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지난번의 발사 중지를 거울삼아 차근차근 한 발짝씩 전진하길 바란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