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출구전략, 정책당국과 시장의 시각差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출구 전략’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시행한 공격적인 정책 대응을 어떤 식으로든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결정 회의 이후에 비슷한 시각을 내비쳤다. 경기 회복 추이를 관찰해 가면서 정책금리 인상 시점을 잡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재정지출과 저금리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는가가 관심거리지만 우리나라 일부 지역 주택가격은 2007년의 고점을 회복한 상태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높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고 기업에 돈을 줘 어찌어찌 일자리 걱정을 줄여 놓으니 이제는 저금리로 돈을 꿔서 주택에 투자하는 모양새다.

주택가격 상승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주가 상승도 마찬가지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나 기업의 자산 가치를 높여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과거의 다양한 사례들은 적정 가치를 넘어선 주택이나 주식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질 수 없으며, 거품이 클수록 붕괴 이후 충격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미국 주택시장 거품 붕괴가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대출을 통한 자산가격 상승은 필연적으로 대출을 받은 가정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계의 재무적 부담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과 이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에 의존한 경제 성장이 한계를 갖는 이유다.

따라서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설사 경제가 기대한 만큼 충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의 정책 의존도를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적절하게 출구 전략을 이행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출구 전략이라는 게 어찌 보면 미래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부진하고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그리고 대출이 늘면서 금리에 민감해진 가계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미래를 위해 조금 덜 쓰고, 조금 덜 만들자는 견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따라서 당분간 주식이나 주택시장은 출구 전략이 쉽게 선택될 수 없을 것이란 기대로 과열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빠져나올 시점만 잘 택하면 ‘정책 당국과의 악수’는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결국 자산시장과 경제의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정책 당국의 역할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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