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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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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광복절은 현충일, 3·1절 등과 함께 가장 중요한 국가보훈 관련 기념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일제 핍박을 벗어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은 의미 있는 날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광복의 의미는 소홀히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내 전체 보훈 대상자 가운데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했거나 광복에 공훈을 세워 ‘독립유공자’로 지원을 받는 당사자와 그 가족은 2009년 6월 현재 총 6696명. 전체 보훈 대상자 78만6492명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35년간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과 그 유족들의 수가 기간으로 따지자면 며칠에 불과한 4·19,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훈 대상자 수인 4621명과 큰 차이가 없다.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보훈원 보훈복지타운에는 독립유공자 가족이 24가구 살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26.40m²(약 8평)·42.98m²(약 13평) 남짓한 무료 임대아파트와 약간의 지원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국경일이 다가오면 반짝했던 세간의 관심마저 최근에는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훈복지타운에 사는 한 유공자 가족은 “보훈원은 첫 입주 때 들어온 애국지사들이 몇 명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며 “후손들이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너무 쉽게 잊는다”고 아쉬워했다.
14, 15일 이틀간 KBS(1, 2TV), MBC, SBS, EBS 등 지상파 4개사가 방송하는 광복절 관련 프로그램은 기념식 생중계를 제외하면 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광복절 특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광복의 역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소재의 방송이 2개다.
대통령 경축사에서도 광복이란 단어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 30년간(1979∼2008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표한 대통령 경축사의 주요 키워드를 되짚어보니 ‘광복’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30년간 자주 등장한 키워드를 꼽아보니 민족, 세계, 남북, 통일, 경제 등에 이어 광복은 10번째에 그쳤다. 현충일, 3·1절과 함께 가장 큰 보훈기념일로 꼽히는 8·15광복절에 정부와 대통령은 광복을 기념하기보다 통일과 성장을 기원했다.
▶23일자 A26면 참조
민족-남북 ‘이념’서, 세계-경제 ‘정책’으로 초점 이동
지난해에는 광복이냐, 건국이냐의 논쟁으로 인해 비록 수동적으로나마 그 의미가 되짚어졌다. 하지만 올해 8·15광복절은 그마저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형국이다.
이미지 사회부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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