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병철 인권위원장, 청와대 인사실패 아닌가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을 ‘인권침해법’으로 본 2004년 인권위의 단선적(單線的) 견해를 지지하며 ‘폐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우병 왜곡보도로 촛불시위를 촉발한 MBC의 ‘PD수첩’ 제작진 기소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언론 자유는 인권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다’라며 촛불세력에 영합하는 자세를 보였다. 인권위 조직 21% 축소에 대해서도 ‘정부의 몰이해에서 비롯됐고 방법 또한 매우 일방적이었다’며 독립성 훼손으로 간주했다.

그는 일부 인권단체 모임이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은 과잉’이라는 작년 10월의 인권위 결정 등 13개항에 관한 개인 의견을 물은 데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인권단체 모임인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 지난달 그의 취임식 때 전달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그는 ‘인권위의 의견은 여러 인권위원들의 검토와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다. 인권위의 이런 결정들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기존 인권위 노선의 계승을 다짐했다. 현 위원장의 답변 내용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과거 인권위의 의견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자유시민연대 등은 그의 답변서를 좌파 인권단체들에 대한 ‘항복 문서’로 받아들인다. 위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존 인권위의 그릇된 결정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비판이다. 현 위원장은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좌파에 영합하는 의견을 말했지만 그를 ‘무자격자’로 보는 좌파단체의 시각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좌파단체들은 현 위원장을 흔들기 위해 한국이 국제인권기구 의장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국제인권기구에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A에서 B로 낮추도록 요청했다.

현 위원장이 그동안 좌편향의 결정을 남발해 온 인권위를 개혁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무소신의 인권위원장은 좌파단체 그리고 인권위 직원들에게 끌려다니며 우리 사회의 보편타당한 인권의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청와대가 이런 사람을 인권위원장에 임명해놓고 아직도 적절한 인사라고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인권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인권문제에 대한 확고하고도 균형 잡힌 인식이 확립된 인물을 골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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