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재광]버스전용차로, 비난 극복한 성공사례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지난 30여 년 동안 지하철 공사로 서울의 도로가 온통 파헤쳐지면서 시민은 큰 고통을 받았다. 몇 년 전 서울에 오니 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느라 또 난리였다. 길이 막혀 만나는 사람마다 불평을 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한국에 다시 들어와 버스를 타보니 빠르고 편리하다. 교통카드 하나로 지하철과 버스를, 그것도 경기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정보기술(IT)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의 불평이 무색해진다. 비난을 무릅쓰고 한 정책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한창 경제성장을 할 때 자만심에 빠져 외환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 눈에 보이는 환경미화에만 재정을 낭비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오래 걸려 눈에 띄지 않고, 반대도 많으며, 불편함을 가져오므로 웬만한 단체장은 피하려고 한다. 근본적인 치유보다 표심을 사기 위한 정책이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다. 이런 현실에 누가 국가를 걱정하고 미래를 설계하여 번영된 한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한국은 1960년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1995년 1만 달러로 치솟았으나 지금은 2만 달러 안팎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해 놓은 도로, 항만, 댐, 산업단지 등의 기초설비는 국민소득 1만 달러까지만 유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T에 집중투자를 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국민소득 3만∼4만 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보다 25% 정도 일을 더 하지만 소득은 낮다. 참 불공평하다. 왜 그럴까. 차이는 국토의 이용방법에 있다. 선진국은 국토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도록 기초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수수께끼같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지은 이집트는 기술이 있었으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아직도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국민의 복지를 위해 국토를 개발하여 최대한으로 자연을 이용한 국가는 매우 풍요로운 국가가 되었다.

정치인은 무조건 상대방의 정책에 반대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정파나 정당의 이익을 위한 싸움만 하고 있다. 지금은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 한국은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 간다면 청년은 50세가 되어도 직장을 못 얻고, 부모세대는 노후준비가 안 되어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환경공학과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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