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북에서 온 댓글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북한에서는 국가기관을 비롯한 극히 제한된 기관과 장소에서만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주민은 대부분 인터넷을 구경할 기회조차 없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사이트들은 일본의 총련이나 해외 공작조직 또는 친북세력이 관리 운영하고 있다. 1997년 인터넷에 등장한 북한의 국가 공식 홈페이지 ‘내나라’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9개 언어로 운영된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에서도 접속이 차단돼 있다. 이 사이트에는 김정일 일정이나 북한 관광 정보도 올라오지만 선전선동이 대부분이다.

▷인터넷주소(IP)를 할당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007년 북한에 국가 도메인으로 ‘.kp’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도메인을 사용하는 사이트는 ‘내나라’가 유일하다. 북한 내 인터넷은 중국에서 전용선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IP를 추적하면 북한 IP가 나오지 않는다. 북한은 돈세탁 하듯이 IP세탁까지 한다니 IP 추적만으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배후를 밝혀내긴 어렵다. ‘북한 IP’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북한이 배후가 아니라고 단정하는 건 북한의 실정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에도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우리 식’을 외치는 김정일 집단의 통제 때문에 암흑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디도스 테러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북한의 사이버전쟁 조직과 능력은 상당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산하 ‘110호 연구소’에는 컴퓨터 수재 출신 교수 및 연구원 100∼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민들은 굶어죽어도 이런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김정일 정권이다.

▷북한의 ‘통일전선부 101 연락소’에서 근무했다는 탈북시인 장진성 씨는 최근 “‘인터넷 댓글 침투 연구소’에서 남한 주민등록번호 30만 개를 확보해 댓글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인터넷 댓글 중에는 북이 선전선동용으로 단 것이 있다는 얘기다. 촛불시위 때 북에서 올린 댓글을 보고 거리에 나선 사람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육해공(陸海空)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한 북의 침투와 공격에도 대비해야 하는 시대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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