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내 계좌에 웬 4억?” 잘못 입금된 돈 빼돌렸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도피 1년만에 붙잡혀

1995년 개봉한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는 백수건달 주인공(박중훈 분)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잘못 입금된 거액을 찾아 도망가면서 벌어진 추격전을 그렸다.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해외에 거주할 때 자신의 계좌로 잘못 송금된 4억 원 대의 외화를 빼돌려 국내로 도망 온 40대 남성이 도피 1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조모 씨(48)는 지난해 홍콩의 모 반도체 무역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4일 현지의 한 거래처 직원이 조 씨의 계좌에 당시 환율로 약 3억9000만 원에 해당하는 300만 홍콩달러를 잘못 송금했다. 조 씨는 즉시 전액을 다른 계좌로 빼돌리고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조 씨의 귀국 사실을 확인한 피해업체는 국내 대리인을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귀국 후 1년가량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도피행각을 벌이던 조 씨는 6일 서울 근교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붙잡혔다.

조 씨는 “사업이 풀리지 않아 거래처마다 미수금이 쌓이는 등 고생이 심하던 차에 눈앞에 거액이 생기니 모두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며 “빼돌린 돈은 전부 거래처 미수금을 갚는 데 썼다”며 범행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