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30회 세계아마바둑대회…흑, 한시름 놓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반상엔 험악한 분위기가 감돈다. 좌변에서 흑백이 양보하지 않고 서로 잡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백 86 때 흑이 88의 곳에 막으면 상생할 수 있지만 유신환 6단은 흑 87로 거절한다. 백을 끝까지 잡으러 가겠다는 뜻이다. 흑이 칼을 뽑자 이후 수순은 간단해졌다. 흑 93까진 외길. 좌변 백이 갇히긴 했지만 그를 둘러싼 흑의 모양도 허술하다.

국후 검토에서 김승준 9단이 “이건 흑이 반격 당하겠는 걸”하고 말하자 유 6단은 “대국 당시엔 공격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기까지 되니까 흑이 별로였다”고 답했다. 후위칭 8단은 백 94로 움츠린다. 밖으로 뚫고 나가는 수가 불확실하니까 일단 자기 수를 늘려놓고 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백 94는 기회를 놓친 수. 참고도 백 1이 상하 흑의 약점을 동시에 노리는 수. 만약 흑 2로 아래 흑을 보강하면 백 11까지 흑이 잡힌다. 후 8단은 흑이 94의 곳에 끼우면 백 수가 많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흑 95로 보강해서 흑도 한시름 놓았다. 백 98로 붙인 것이 아까부터 노리던 맥점. 흑도 잘 응수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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