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고대죄’에서 ‘정치적 타살’로 돌변한 좌파 매체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그는 죽더라도 그의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의미 있는 의제들마저 ‘600만 달러’의 흙탕물에 휩쓸려 ‘동반사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아직도 남아 있다.”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김종구 논설위원이 쓴 5월 1일자 칼럼 내용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앞에는 비굴이냐, 고통이냐의 두 갈래 길이 있을 뿐…지금의 운명을 긍정하고 고통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고 압박했다. 김 위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고통스러운 길, 사즉생의 선택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신문은 4월 9일자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잘못을 남김없이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봉수 시민편집인이 “진보언론의 맏형인 한겨레신문에 느꼈을 노 전 대통령의 실망감은 ‘브루투스 너마저도…’를 외치며 죽어갔던 카이사르의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5월 28일자)고 했을 정도다.

한겨레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일각의 애도 분위기를 타고 동아일보 조선일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5월 24일자 사설에선 “보수 언론은 그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경향신문도 ‘비판과 저주의 차이’라는 4일자 사설에서 “(주류신문은) 비난을 넘어 사실상 ‘저주’의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가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쓴 4월 16일자 칼럼은 무엇인가. 자기네가 쓰면 ‘비판’이고 다른 신문이 쓰면 ‘저주’라는 비난은 ‘내가 하면 연애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주류 신문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는 좌파신문들은 어떤 신문의 어떤 기사가 그랬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보라.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막연하게 덮어씌우기를 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좌파매체들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허위로 의혹을 제기한 BBK 전 대표 김경준 씨의 거짓말을 중계방송하듯 보도했다. 2002년 대선 때도 김대업 씨의 말을 받아쓰기 해 ‘병풍(兵風)’을 증폭시켰다. BBK와 병풍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사과도 안 했다. 이번에도 검찰 수사 내용을 함께 보도해 놓고 다른 신문들에 대해서만 받아쓰기를 했다고 손가락질한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사실보도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정말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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