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葬을 국가 혼란의 場으로 만들려는 세력 누군가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9일 마지막 상경 길에 올라 경복궁에서 국민과 영결(永訣)한 뒤 고향 봉하마을에 돌아가 잠든다. 정부는 각계 인사 1383명으로 대규모 장의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을 봉송한다. 국민장 기간 봉하마을과 서울 역사박물관 분향소에는 고인에게 애도의 예를 표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우리는 저 세상에서라도 고인이 편히 쉬도록 국민장을 화합과 통합의 장(場)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는 고인의 영결식을 이용해 한바탕 광풍(狂風)을 몰고 오려는 세력이 있다. 덕수궁 앞 분향소 등에는 ‘경찰병력을 무력화(無力化)하고 서울 시내 전역을 촛불로 뒤덮어버리자’ ‘제2의 촛불로 학살정권 끝장내자’ 같은 포스터들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5월 29일 500만, 1000만이 모여서 아주 끝장을 냅시다”라고 격렬하게 선동하는 글도 떠 있다. 촛불시위 같은 무법천지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는 고인을 예우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뜻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복궁을 영결식장으로 잡았다. 일부 세력은 이 기회를 틈타 영결식과 운구행렬, 서울시청 앞 노제를 이용해 한바탕 사회혼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대내외 악재가 겹쳐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마저 비상상황을 맞았다.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반(反)정부 시위를 벌여 사회혼란과 국민 분열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세력은 순수한 추모군중과 거리가 멀다. 일부 미디어도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넘어 선동의 기미마저 보인다.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

고인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다 충격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일은 안타깝지만 일부 세력이 ‘검찰과 정권 그리고 일부 언론의 합작 살인’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망발이다. 노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있을 동안에는 불똥이 튈까 봐 먼 산만 쳐다보던 사람들이 지금은 도리어 설치고 다닌다. 매사가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이다.

정부는 내일의 영결식이 차분하고 질서 있게 치러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살인정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낙인에 주눅이 들어 일부 과격세력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큰일이다. 국민장을 국가 혼란의 장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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