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도전 앞두고… 연아가 팬들에게 띄우는 편지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행복 교감이 첫째, 메달 색깔은 그 다음”

이틀 후면 토론토로 돌아가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합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휴식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지난 시즌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어요. 지난 몇 년간 괴롭히던 부상도 없었고 소망하던 세계선수권 우승도 차지했어요. 팬 여러분께 보답하는 의미의 아이스쇼도 성공적으로 치러냈어요. 국내에 있는 동안 많은 분이 저를 보면 올림픽에 대해 물어보세요.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선수가 바라는 목표이죠. 저도 그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떨리고 흥분됩니다.

밴쿠버 올림픽은 저의 첫 올림픽입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은 나이가 적어서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2개월 늦게 태어난 탓에 올림픽 출전을 못했죠. 주위 분들은 “엄마한테 2개월만 빨리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지”라며 농담을 하십니다.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는 저에게는 낯선 곳이 아닙니다. 2월 프레올림픽 형식으로 열렸던 4대륙선수권대회가 개최돼 제가 우승을 했던 곳이죠. 하지만 아무리 밴쿠버가 낯설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저의 컨디션이고 제가 얼마나 좋은 연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도 종종 올림픽 금메달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위 분들로부터도 “내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야지” 하는 격려를 듣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해 봅니다. ‘내가 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을까?’ 돌이켜 보면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피겨가 재미있었고 미셸 콴 선수가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나도 그처럼 되겠다’는 생각에 피겨 선수가 됐습니다. 때로 고된 훈련의 피로감이나 경기 결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이 점을 잊고 지낼 때가 있습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평소 저에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분은 아니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항상 “네가 즐겁고 행복하게 스케이팅을 한다면 아무도 널 이기지 못할거야”라고 말합니다.

제가 아는 피겨스케이팅은 나라끼리의, 또는 선수끼리의 싸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독한 저 자신과의 싸움만도 아닙니다. 물론 아직 선수로서 배우고 깨달아가는 중이지만 적어도 지금 제가 아는 피겨스케이팅은 팬 여러분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그래서 내년 2월에는 저와 저의 연기를 보는 모든 분이 단지 메달 색깔에 따른 희비가 아니라 저의 음악과 연기를 통해 전해 드릴 기쁨과 행복함을 같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10일 토론토로 전지훈련을 떠납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위한 음악과 안무를 준비할 겁니다. 올림픽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단 여러분께 보여드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10월 말에 시작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봐주시고 더욱 좋은 연기와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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