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한반도 정책 멀리보는 中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국제정치와 외교에서도 전례 없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여러 분야에 걸쳐 적극적으로 국제문제에 끼어들 수 있는 위치에 다가왔다. 반면 미국은 동북아 정치와 외교 안보에 미치는 힘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과 선택적으로 안보 협력을 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조만간 동북아에서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의 북한 핵 처리 과정을 보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어려움과 좌절도 여러 차례 겪었다. 최근 북한이 남한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6자회담에서 철수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한다고 선언해도 중국은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국가 규모가 크고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이처럼 영향력 확대가 가능했지만 전략적인, 그리고 정책적인 실수도 많았다. 먼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구상엔 ‘무엇을 하면 안 된다’식의 부정적인 것이 많다. 즉 북한의 혼란으로 중국의 안전에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한반도를 중국을 옥죄는 전략적 보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국토회복 운동이 벌어지거나 중국 내 민족과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등이다.

한국에 대한 정책도 감정적인 응어리, 의심, 북한에 대한 고려 때문에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한중 양국은 경제와 인적 교류는 대체로 ‘친밀하다’고 할 수 있으나 정치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1992년 수교 이후 그저 ‘예의를 지키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여러 차례 한반도의 자주평화 통일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많은 지식인과 대중은 한반도의 통일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구려 역사나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문제도 때때로 불거져 양국 간 우호 관계 발전을 방해했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넓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 내지 확대하는 것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먼저 중국은 비핵화 문제로 북한을 멀게 대하지는 않았다. 북한과의 관계가 손상된 뒤엔 모든 기회를 동원해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인 태도와 행위에도 오랫동안 큰 인내심을 발휘했다.

한국과는 제1 무역상대국이 된 것 외에 역사 문제 등 양국간의 쟁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1, 2년 사이에는 정치관계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5월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로 선언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한국과 북한을 나란히 놓고 정책을 펼치면서 특유의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에서의 장기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 노력에 깊숙하게 간여하는 것도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중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한국 간 정치 교류의 빈도와 밀도를 높이고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정치적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국제정치 위상도 높일 수 있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다(路遙知馬力)’는 말이 있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에 딱 들어맞는 비유로 보인다.

스인훙 중국런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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