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경제탐정]히브리어 전문가 입빌려 진화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SKT‘비비디바비디부’는…”인터넷 괴담 나돌자

“모 이동통신사 CF에 나오는 ‘살라가둘라 메치가불라 비비디바비디부’의 유래는 무시무시합니다. 고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뜻이죠.” ‘비비디바비디부’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은 2월 말 이 같은 내용의 인터넷 괴담(怪談)이 빠르게 퍼지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했다.

인터넷엔 SK텔레콤을 비난하는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연간 3000억여 원을 들이는 광고 마케팅이 오히려 회사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위기였다. 무책임하게 이런 내용을 올린 유포자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상대는 찾아낼 수 없는 익명의 대중.

SK텔레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배성호 SK텔레콤 홍보기획팀 매니저에게 물으니, 빠른 대응이 주효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괴담이 처음 등장한 바로 다음 날 이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했습니다. 블로그 운영자가 학생 같아 보여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었죠.”

SK텔레콤은 신속하게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를 찾았다. 하루 만에 미국 신학대학원인 GTU(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고대 셈어(히브리어, 아람어 등) 박사과정에 유학 중인 강원모 목사로부터 “전혀 뜻이 맞지 않는 엉뚱한 얘기”라는 해석을 받아냈다. ‘비비디바비디부’ 노래를 처음 만든 미국 디즈니로부터도 “특별한 의미 없이 구전으로 전해지던 노랫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루 만에 괴담의 진위를 파악한 덕분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회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강 목사가 확인해 준 내용을 포함시켜 가벼운 에세이를 올렸다. 그러자 “괴담이 허위라는 판명이 났다”는 댓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김찬석 청주대 교수는 이에 대해 “공식 발표를 했다면 오히려 괴담을 공식화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의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는 대신 제3자인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메시지를 제공하는 뛰어난 전략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괴담이 언론을 통해 공식화되지 않도록 길목을 차단한 것도 주효했다. SK텔레콤은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기자들에게 먼저 전화해 사실을 전달했다. 기사를 쓰는 사람에게는 정확한 인용문을 제시했다. 몇몇 언론이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자 괴담 해프닝은 자연스레 사그라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던 ‘미네르바 사태’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인터넷 괴담에 공식적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키운 실패 사례라고 지적한다. 김경해 한국위기관리연구소장은 “인터넷 괴담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진실만 투명하게 내놓는 대처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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