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덕성 장사로 재미 봤던 盧정권 사람들의 본색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검찰이 어제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1억60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서 1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 안희정 현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우(右)광재 좌(左)희정’으로 불렸던 노 정권의 핵심 중 핵심 인사였다. 노 정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정규 씨도 박 회장에게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노 정부는 입만 열면 전매특허라도 얻어놓은 듯 도덕성을 들먹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권이나 인사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의 우산 아래 보호받고 있던 5년 임기가 끝나면서 그들의 추한 ‘본색(本色)’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 외에 친노(親盧·친노무현) 측근의 한 명인 민주당 서갑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시절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 고문을 지낸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도 박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소환을 앞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별 볼일 없는 시골노인’이라며 감쌌던 친형 노건평 씨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자금으로 29억여 원을 받은 것은 물론, 각종 불법자금의 중간 정거장 역할을 했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디까지 알았는지 규명돼야 한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형제에게 20여 년에 걸친 자금줄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이라도 권력 주변의 부패 징후를 샅샅이 살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불법 대선자금과 절연하고 탄생한 정권”이라며 “부패 비리를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벌써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가 구속되고 이종찬 1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박 회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권력 주변으로 접근하는 ‘검은 거래’의 유혹을 얼마나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느냐에 이 정권 사람들의 ‘5년 후’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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