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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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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도 수많은 외신이 해머로 회의실 문을 부수는 ‘폭력국회’ 모습을 대서특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여야 의원들을 ‘걸핏하면 싸우는 성질 급한 정치인들’이라고 보도했다. 어느 나라 언론이나 외국의 국내정치 문제는 어지간해선 크게 다루지 않는데 이런 보도가 대문짝만 하게 나오는 걸 보면 한국정치가 얼마나 후진적으로 비쳤는지 알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교육개혁의 방향을 밝히면서 “우리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년 한 달 정도 적다”며 왜 미국은 그렇게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2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선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조립라인을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했다. 미 대통령까지 교육열과 산업 경쟁력을 부러워하는 나라지만 국회의 모습은 한참 수준 미달이다.
이 대통령은 9일 라디오 연설에서 외국 순방 때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는 걸 보고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야당의 고질적 반대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도 잘한 건 없다. 야당을 움직이는 것도 국정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임무다.
낡은 이념과 당리당략에 매몰돼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야당이 ‘망신 정치’의 한 축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차분한 법안심의는 사라지고 다수결 원칙을 무시한 농성과 폭력이 난무한다. 총선 민의(民意)를 짓밟는 폭거다.
정치인들의 법(法)의식도 큰 문제다. 산업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계 66개국과 비교한 우리의 분야별 법질서 경쟁력에서 정치인은 거의 꼴찌 수준이다. ‘폭력국회’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의원들의 법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정치는 외국 언론의 비웃음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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