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 피해자의 카드를 빼앗아 가발이나 마스크를 쓰고 은행 ATM에서 돈을 찾아 달아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만 ATM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에 얼굴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단서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경찰 측의 요청에 따라 은행연합회도 지난달 30일 각 은행 실무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방안을 협의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은행권은 범죄 예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얼굴 인식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굴 인식 ATM은 2005년 4월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 지점에서 시범 운영했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돼 2주 만에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얼굴 인식 절차가 기존 ATM보다 복잡한 데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 오류가 잦아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콧수염이 있거나 입 주변 윤곽이 흐릿해서 얼굴 인식에 오류라도 난다면 고객 불편이 클 것”이라며 “얼굴에 화상을 입은 환자는 원치 않아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 등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얼굴 인식 ATM이 도입되면 신원 노출을 우려한 범인들이 인질이나 노숙인을 이용한 대리 인출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용의자의 신체 윤곽마저도 얻을 수 없을뿐더러 인질 범죄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용 경제부 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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