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덕]불황속 ‘CES 2009’서 빛난 한국 중소기업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09’가 개막 이틀째를 맞은 9일(현지 시간).

행사장인 컨벤션센터(LVCC)의 중앙전시관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부스가 하나 있었다.

한국 중소기업 레인콤이 마련한 30평짜리 단독 부스였다. 이곳은 하루 종일 이어지는 방문객의 발길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오후 4시경에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의 기자가 이 회사 이명우 부회장을 30여 분 인터뷰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스전문 TV CNN의 취재진은 이미 다녀간 뒤였다.

미국 유수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은 레인콤은 2005, 2006년만 해도 연간 영업손실이 500억∼600억 원에 이르는 등 사활이 경각에 달린 기업이었다.

이랬던 레인콤이 ‘CES 2009’의 유망주로 떠오른 것은 왕년의 히트상품인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흐름을 반영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은 덕분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자사 MP4 플레이어 ‘아이리버 스핀’과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P20’이 기술혁신상을 수상한 것도 시장의 요구를 신속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인콤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CES 기간에 ‘한국관’에서 만난 중소기업 중에는 그들만의 장점을 잘 활용해 큰 성과를 올린 사례가 많았다.

▶본보 12일자 B44면 참조

▶ 한국 벤처 ‘CES 틈새시장’서 눈에 띄네

한국관 바로 옆의 중국관, 홍콩관, 대만관의 대다수 참가 기업이 불황 탓에 싸늘해진 전시회 분위기에 당황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의 허진학 차장은 “CES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제품들을 보면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이거나 똑같은 품목이라도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보다 반드시 한 가지 기능을 더 갖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CES 2009 기조연설에서 “경제 위기가 얼마나 지속되든 디지털 라이프는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불황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CES는 발머 회장의 말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그 주역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었다.

김창덕 산업부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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