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2009 샛별]몽골서 귀화 동국대 농구유망주 이성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가족 재결합’ 꿈꾸며

성인무대 당찬 도전

새해 목표를 묻자 그는 난감해했다. ‘새해’와 ‘목표’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게 2006년 11월이니 이제 2년 3개월째. 그는 “아직도 한국말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몽골에서 귀화한 농구 유망주 이성(19).

그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기차로 14시간 떨어진 샨샨드시 출신이다. 고교 시절 우연히 박성근 몽골 농구 대표팀 감독의 눈에 띄어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이성은 동국대의 도움으로 2007년 10월 귀화해 지난해부터 강원사대부고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큰 키(198cm)와 뛰어난 탄력으로 단번에 고교 유망주로 꼽혔다. 지름 약 25cm의 농구공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올해 도약을 꿈꾼다. 동국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인 농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배들과 시합을 해봤는데 다들 체격과 힘이 좋아 골밑에서 상대가 안 됐어요. 체중부터 늘려야 할 것 같아요.”

그의 몸무게는 82kg 정도. 키에 비해 마른 편이다. 90kg을 넘기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 매일 통닭 한 마리와 햄버거 몇 개를 해치운다고. 밤마다 먹는 똑같은 메뉴가 질릴 만도 하건만 거른 적이 없다.

화려한 캠퍼스 생활도 그와는 먼 얘기다. 하루 종일 운동의 연속이다. 자기 전 잠시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게 유일한 오락이다.

이성이 악착같은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7세 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조선족 어머니, 남동생과 힘겹게 살았다.

몽골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얘기를 묻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것은 감독님께 물어보세요.”

하루빨리 농구로 성공해 한국에 가족을 데려오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숙식을 해결해 주고 용돈까지 챙겨 주는 학교 측에 감사하면서도 미안하단다. 빨리 실력을 키워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20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지만 그는 벌써 어른스러웠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해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언젠가는 가족과 함께 살면서 프로에 데뷔하고 기회가 된다면 국가대표로도 뛰고 싶어요.”

환하게 웃는 그의 머리 속에 장밋빛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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