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2009 샛별]150km 광속구 투수 두산 성영훈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성영훈은 지난해 3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와 두둑한 배짱으로 덕수고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원대연 기자
성영훈은 지난해 3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와 두둑한 배짱으로 덕수고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원대연 기자
열아홉 살 된 새내기 투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일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상대 선발이 SK 김광현(21)이다.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잠시 후 대답은 당찼다.

“오히려 편할 것 같아요. 최고 투수와 상대하면 패전 투수가 돼도 본전이니까요.”(웃음) 그는 “언젠가는 저도 최고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힘 있게 말했다.

김광현 이후 2년 만에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거물 신인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덕수고 출신 두산 오른손 투수 성영훈.

그의 강속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고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류현진(한화)과 김광현의 왼손 강속구 대결이 뜨거웠다면 올해는 신예 성영훈이 오른손 정통파 최고 투수의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다.

성영훈에게 연말연시 달콤한 휴식은 없다. 지난해 12월부터 잠실야구장에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위해서다.

그는 프로와 아마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프로에서는 실투가 용납되지 않더군요. 고교 때는 공만 빠르면 가운데로 몰려도 파울에 그쳤는데 프로에서는 바로 안타나 홈런이 되더라고요.”

그는 캐치볼을 있는 힘껏 던지다 보니 팔에 힘이 붙어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단다. 하지만 더는 속도를 높이는 데 관심이 없다고.

“프로는 스피드보다 제구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나만의 확실한 결정구를 만들기 위해 이달 전지훈련을 가면 김선우 선배에게 컷 패스트볼을 가르쳐달라고 할 거예요.”

두산은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혜천(야쿠르트) 홍성흔(롯데) 안경현(SK)이 떠난 데다 주포 김동주의 재계약도 불확실하기 때문.

하지만 성영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팀 강점은 팀워크이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걸출한 신인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또래들과 똑같다. 집(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야구장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휴일이면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즐긴다. 지난해 4월 5억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부모님께 일이 있을 때마다 3만 원씩 타서 쓴다고.

그에게 새해 소망 3가지를 물었다.

“다치지 않고 1년 내내 1군에서 뛰는 것하고요,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을 받고 싶어요.”

남은 하나를 마저 묻자 얼굴이 붉어지며 답했다.

“제가 실은 ‘원더걸스’ 팬인데 멤버 중 선미가 시구하러 야구장에 왔으면 좋겠어요. 가까이서 얼굴을 보고 싶고 시구 연습까지 도와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웃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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