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카페]‘돈 선거’와 축구지도자협의회 해체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목적이 순수할 때 생명력도 긴 법이다.

2004년 12월 출범한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지도자협의회)가 11일 자진 해체를 선언했다. 지도자협의회는 “한국축구 현실에 비춰 해체가 바람직하다”는 모호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지도자들의 권익 보호와 자질 향상이란 본연의 임무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노리는 특정인의 홍보단체 역할을 해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자진 해체한 것이다.

지도자협의회는 줄곧 축구협회 행정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보다는 발목 걸기식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11월 말부터 시작된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선거를 앞두곤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주도했다.

급기야 10월 31일 대전에서 지도자 워크숍을 열고 현역 지도자들에게 ‘향후 선거 때 도와달라’는 취지로 거금을 뿌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직자의 경우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해도 대가성이 있다면 유죄 판결이 나는 시대에 지도자협의회는 개인당 200만 원 이상씩을 뿌리고도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대학축구연맹 회장 선거장에서 지도자협의회 쪽 인사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지지하는 일부 대학 감독이 보여 준 행동은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현 집행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보다는 트집 잡기로 일관했고 원로들이 “그만하라”고 말하자 “저 ×× 끌어내”라는 몰상식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지도자협의회 해체를 두고 일부 축구인은 “특정인이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지를 바꿔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서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돈 뿌린’ 사람이 깨끗해질 수는 없지 않을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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