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장희]‘新뉴딜’이 부럽다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일요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오바마노믹스’의 실체를 밝혔다. 그가 이끌 정부가 무엇을 어떤 강도(强度)로 추진하여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려는지 감이 잡힌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발 경제위기의 주범이 금융부문에 있음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신속하고 엄격하게 금융시장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투명성을 제고하고 위험정보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알리며 금융기관의 회계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사나 심지어 부동산 관계 업체의 신뢰도도 엄격히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특기할 만하다. 과거 뉴딜정책 때처럼 공공투자를 확대하되 재래식 공공투자가 아니고 학교건물, 교통시스템, 공공건물 등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부문과 신 환경산업을 중심으로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부문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산업,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그리고 고용창출효과가 큰 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재투자은행(NIRB)을 창설하고 동시에 선진제조업기금을 조성하여 미국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장기계획도 담고 있다. 총규모가 5000억∼8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언론에선 이를 신 뉴딜정책이라고 부른다.

오바마의 금융개혁과 공공투자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개혁에 있어서 오바마 정부는 강도 높은 수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주택융자(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금융산업의 생명과 같았던 신뢰를 무너뜨린 데 대해 특단의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 발굴이 따를 것 같다.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부실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응분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금경색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 있다. 몇몇 금융인이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잘잘못은 따지고 가야 한다.

공공투자 정책에 있어서도 오바마 당선인은 일반의 예측을 뛰어넘는다. 우리 정부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공공시설이나 학교시설, 상하수도, 전력전달체계, 방화체계 및 소방시설, 안전관리 부문에서 예산부족 및 정부규제로 선진화되지 못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제 불황을 계기로 획기적인 투자를 하기 바란다. 혹자는 이를 건설투자라고 해석하여 구시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이라고 폄하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나라의 모습을 선진형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명분 있는 사업이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우리는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꽤 유리하다. 우선 공사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다. 시멘트 모래 철강재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고 담당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풍부하다. 해외 건설공사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로 웬만한 프로젝트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지 않아도 해낼 수 있다.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어 있느냐는 별개다. 먼저 정부가 앞장서서 위기에 대폭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는 리더십의 의지가 필요하다. 자유시장경제의 메카처럼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도 위기의 시점에선 비상계획을 짜는데 내년 성장률이 1.2%밖에 안 될지 모른다는 시점에 정부의 복안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정파와 계열을 초월하여 미국 지도층이 힘을 합하는 모습이다. 민주, 공화 양당과 조지 W 부시 현 행정부까지도 당선인의 의지를 적극 뒷받침한다. 심지어는 언론에서도 이번 경제위기를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심각한 것으로 인정하고, 오바마의 강력한 정책을 밀어줄 태세이다. 우리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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