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거리 이대로 좋은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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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년 12월 9일 1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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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에 진열된 100원짜리 과자들.
문구점에 진열된 100원짜리 과자들.
동아일보 2008 수습기자 멀티미디어 기획
■ 100원짜리 간식의 유혹 … 초등학교 앞 불량식품 넘쳐
식용이 금지된 타르색소 여전히 사용 … '칵테일 효과' 위험성 지적
"低영양 高열량 간식 금단현상 일으킨다"

토요일인 11월 29일 낮 12시 20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A 초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학교 앞 문구점으로 향했다.
문구점 앞 가판대에 놓인 빨강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의 과자가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캔디, 껌, 젤리, 셔벗 등 종류만도 50종이 넘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박모(10) 군 형제가 과자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이들이 낸 돈은 200원. 문구점에서 파는 과자는 거의 모두 100원짜리다.
얼핏 보면 유명 식품업체의 과자로 보인다. 포장도 그럴 듯 하고 내용물의 모양이나 색깔도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 슈퍼에선 볼 수 없는 식품들이다.
롯데제과에서 생산하는 '짱!셔오'(중량 45g) 젤리는 500원이다. 문구점에서는 H식품이 만든 유사제품 '짱셔용'(15g)이 100원에 팔린다. 700원짜리 수입캔디 '멘토스'(37g)와 거의 똑같은 모양의 '유리디스'(18g) 역시 100원이다.
▲ 표 1 : 원 제품과 유사 저가식품 가격 및 중량 비교
▲ 표 1 : 원 제품과 유사 저가식품 가격 및 중량 비교
●타르색소의 위험
이렇게 저가 과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값싼 재료 때문이다. 100원짜리 과자는 설탕과 식품첨가물 덩어리다. 아라비아검, 초콜릿, 소맥분 등 일부 재료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뿐 설탕, 물엿, 시럽, 산화방지제, 합성 착색·착향료가 주재료다.
이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합성착색료, 즉 식용색소다. 싸구려 식품에 사용하는 착색료는 대부분 타르색소로, 석탄의 콜타르에서 추출한 벤젠과 톨루엔, 나프탈렌 등으로 만든다.
원래 옷감 염색을 위해 개발한 타르색소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 국가가 식용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8가지 색소만을 식용으로 허용하고 있다.
▲ 표 2 : 식용 타르색소의 1일 섭취허용량
▲ 표 2 : 식용 타르색소의 1일 섭취허용량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과거 허용했던 타르색소 '적색2호'의 식용 사용을 올해 5월 금지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제한하고 있는데다 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A 초교 앞 문구점에서 팔고 있는 100원짜리 과자를 살펴본 결과 '호각과자', '콜라맛제리', '청자캔디', '해바라기씨앗초코렛' 등 4개 제품이 여전히 적색2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B 초교 앞에서 팔고 있는 '팡팡버블검'에도 적색2호가 들어있었다.
저가 식품 제조업체 가운데는 식약청이 적색2호의 사용을 금지한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적색2호 사용 금지가 당시 많이 알려져 업체마다 따로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타르색소를 혼합해 먹으면 유해성이 배가된다는 '칵테일 효과'가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식약청이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에게 제출한 '식품첨가물의 병용섭취(竝用攝取)에 대한 안전성 평가 연구' 자료에 따르면 타르색소 청색1호와 황색4호를 혼합해 첨가하면 생물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100원의 유혹’ 초등학교 주변 식품 점검 현장

●1000원으로 한 끼 식사?

저가 식품의 열량도 주목해야 한다. 본보 취재팀이 학교 앞에서 팔고 있는 싸구려 식품 11개의 열량을 확인한 결과 거의 모두가 100g당 열량이 300Cal를 크게 웃돌았다. 밥 한 공기의 열량이 평균 306Cal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높은 열량이다.
100원짜리 식품을 한 개 사먹으면 대부분 50Cal가 넘기 때문에 1000원 어치만 먹어도 한 끼 식사 열량을 채우게 된다. 9~14세 어린이의 에너지 필요추정량은 하루 2000Cal다.
▲ 표 3 : 문구 앞 저기 식품의 열량
▲ 표 3 : 문구 앞 저기 식품의 열량
서울 금천구 독산동 C초교 앞에서 만난 배모(12) 군은 "하루에 5번 정도 (저가 식품을) 사먹는다"며 "반 아이들 대부분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과자를 먹는다"고 말했다.
올해 9월 온라인 교육사이트인 '에듀피아'가 전국 초등학생 291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식생활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0%가 100원짜리 싸구려 과자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아동의 10%가 넘는 307명은 일주일에 3~4번 이상 저가 과자를 먹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과자를 사먹는 주된 이유로 절반 이상이 '가격이 싸고 맛있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를 꼽았다.
식약청은 11월 24일부터 열흘간 시민단체 6곳과 함께 '학교 주변 식품취급업소 실태조사'를 벌였다.
10년 넘게 소비자 명예감시단으로 활동한 김용희(64·여) 씨는 "동네에 따라 저가 식품을 많이 파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며 "아무래도 빌딩이 많은 부촌에선 싸구려 과자를 파는 문구점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인 안병수(52) 씨는 "설탕과 지방은 중독성이 있어 자주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먹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나타난다"며 "상대적으로 당분이 많은 저가 식품은 중독성이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수습기자 image@donga.com
▶ 에듀피아 어린이 식생활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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