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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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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선제적 대응’이라지만 시장 평가는 다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국내 은행들의 등급 전망을 일부 낮춘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처럼 은행 지급보증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 준다고 천명한 영국 등 유럽계 및 호주 뉴질랜드의 은행들과는 달리 국내 은행들은 건전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달러를 빌리기 어렵다. 한국 정부의 지급보증 발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국내 은행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만 따로 버틸 수는 없다. 정부의 지급보증은 신뢰회복을 위해 더 일찍 추진했어야 했다.
‘키코’ 대응도 너무 늦었다. 환(換)헤지 상품인 키코의 피해가 5월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도 금융감독원은 6월 말에야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했고 거래은행 조사는 8월 21일에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에야 ‘거래은행이 알아서 피해 중기(中企)에 대출해 주라’는 미지근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키코 대책을 서너 달 끄는 동안 기업들은 이미 기진맥진해 버렸다.
금융위기 늑장대응은 정부의 비상상황 인식이 부족하거나 사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키코 문제도 평소엔 정부의 초기 주장대로 ‘은행과 기업의 사적 거래’이긴 하다. 그러나 환율이 폭등해 ‘흑자부도 도미노’가 눈앞에 닥치는데도 한가한 소리만 해서야 정책 당국이 왜 필요한가. 정부가 수년째 체면치레하듯 최소한의 조치만 내놓고 있는 미분양주택 문제도 심각하다. 주택업계 탓만 하며 문제를 그냥 놔두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피해가 커질 때까지 미적거리기나 한다면 금융위기를 헤쳐 갈 지휘부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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