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감, 血稅누수 감사에 초점 맞춰라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0일간 일정으로 어제 시작됐다. 여야 모두 의욕이 대단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5년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왜곡되거나 좌(左)편향된 정책과 제도를 들춰내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명박 정부 7개월 동안의 실정(失政)과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따질 태세다.

여야가 자당(自黨) 이기주의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면 정쟁(政爭)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국감이 매번 그랬다. 국감 제도가 다시 도입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된 만큼 이제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때도 됐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따지는 국감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번 국감에서 필요성을 따져봐야 할 정부 사업 100개를 선정했다. 2020년까지 139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간선도로망 구축 사업’을 비롯해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는데도 사업계획이 체계적이지 않거나 예산 집행 실적과 효율성이 저조한 사업이 그 대상이다. 중복 사업도 많다고 한다. 목표를 너무 거창하게 설정하기보다 이런 사업들부터 재정적 타당성과 현실 정합성을 철저히 파헤쳐 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국감철을 맞아 예산 낭비와 오남용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 정부에서 성안된 과학기술기본계획만 하더라도 5조581억 원이 투입된 567개 사업(전체의 42.7%)의 경우 논문 발표나 특허 실적 같은 성과가 전무하다고 한다. 2004년 57개의 기금을 39개로 줄이기로 하고도 정비를 늦추는 바람에 최대 22조6000억 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단된 대북 경수로 사업도 국채 발행을 통해 사업비를 지원키로 함으로써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올 8월까지 발행한 총 국채 규모가 실제 투입된 공사비의 3배가 넘는 4조3372억 원에 이른다.

예산은 행정의 계속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니만큼 일단 편성되고 나면 집행과정에서 비효율성이 발견되더라도 그 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예산 집행의 고질적인 모순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혈세 누수를 막을 길이 없다.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과 오남용 사례가 없는지를 구석구석 살펴 잘못을 찾아내고 다음 예산 편성 심의 때 반영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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