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눈속임용 등원劇은 안 된다

  • 입력 2008년 6월 30일 22시 59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어제 여러 단계의 접촉을 갖고 국회 등원(登院) 문제를 논의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단 18대 국회 첫 임시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쇠고기 대책 특위와 고유가·고물가 대책 특위를 구성하자는 데는 의견이 접근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이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노리고 내놓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과 한나라당이 대안(代案)으로 제안한 통상절차법 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해 보자’는 식으로 접점(接點)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음모 저지 특위와 쇠고기 협상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공기업 민영화 대책 특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두 당이 국정현안에 대한 인식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과연 개원이 성사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어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등원 명분이 없다. 아직은 등원할 때가 아니다”라는 강경론이 주류를 이뤘다. 조건 없는 즉각 등원을 주장한 사람은 발언자 40명 중 단 2명에 불과했다.

임기 개시(5월 30일) 한 달이 넘도록 국회 문도 열지 않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눈속임용 등원극(劇)’이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등원을 하더라도 촛불시위대와 함께 장외투쟁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순수한 민심은 떨어져나가고 폭도화한 시위대에 합류해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거리로 나가 직접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문이 닫혀 있는데도 1인당 840만 원 세비(歲費)는 모두 타 갔다. 그 무치(無恥)가 놀라울 따름이다.

한나라당도 국회 실종에 따른 공동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세비 반납 말고 한나라당이 한 게 별로 없다. 한 달 동안 민주당 핑계 대고 덩달아 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등원을 촉구하며 철야농성을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3일)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30% 밑으로 떨어졌다. 민심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는데 집안 잔치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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