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을 배운다]<4>일본스포츠과학연구원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일본 스포츠과학연구원(JISS)에 있는 조정 훈련 시설. 물살을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는 이 시설은 약 75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선수들은 화면을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가상 레이스를 벌일 수도 있다. 도쿄=이원홍 기자
일본 스포츠과학연구원(JISS)에 있는 조정 훈련 시설. 물살을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는 이 시설은 약 75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선수들은 화면을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가상 레이스를 벌일 수도 있다. 도쿄=이원홍 기자
인공물살 만들어 조정 훈련… 산소 조절 고지대 효과

최첨단 스포츠의 요새

“이곳에서 훈련한 기타지마 고스케(26·사진)가 세계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일본 도쿄 북부에 있는 일본 스포츠과학연구원(JISS)은 최첨단 무기를 숨기고 있는 ‘비밀 요새’처럼 보였다. 7층 높이의 건물은 철저한 보안 속에 열리고 닫혔다. 사진 촬영은 엄격히 제한됐다.

훈련하는 선수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 전자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수영장. 얼핏 다른 수영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영장 옆의 흰 천을 보십시오.” 안내를 맡은 마사타카 쓰루타 씨가 가리킨다. “비닐하우스처럼 수영장 위를 덮습니다. 산소 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지요.” 수영장의 산소 농도를 희박하게 만들어 마치 고지대에서 훈련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팅 보드는 각도를 조절해 최적의 입수 각도를 훈련할 수 있게 했다. 또 수영장 터치 판에는 센서가 붙어 있어 선수가 치고 나올 때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수영장 바닥이 움직여 물 깊이도 조절한다.

기타지마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오픈 평영 200m에서 기존 기록을 0.99초 앞당긴 2분7초51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일본 언론이 새로 입은 수영복 효과를 봤다고 크게 보도했지만 JISS 관계자들은 “평소 JISS에서 훈련한 덕분”이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비인기 종목인 조정에 대한 투자를 보면 놀랍다. 약 75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물살을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는 실내 시설을 만들었다. 이 물살과 싸우며 노를 젓는 선수는 모든 각도에서 자신의 동작을 촬영해 분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신의 경주 모습을 같은 화면에 입력해 가상경주를 벌일 수도 있다.

온갖 최첨단 시설을 갖춘 JISS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저산소 합숙시설이다. 선수들이 합숙훈련 때 쓰는 침실에 산소 농도 조절장치를 달아 해발 1800∼3000m 고지대에서 지내는 환경을 만든다.

이 밖에 인체공학과 스포츠생리학 및 의학 시설을 함께 갖췄다. 최적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토털 스포츠클리닉’을 제공하는 것이 이곳의 목표다.

이곳은 수영 육상 체조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펜싱 레슬링 유도 사격 양궁 조정 축구 테니스 등의 훈련을 지원할 수 있다.

훈련 효과는 증명됐다. 일본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로 15위에 그쳤다. JISS가 세워진 것은 2001년. 한 달 이상 JISS에서 합숙훈련을 한 남자체조팀을 비롯해 이곳에서 집중 훈련한 선수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따내며 종합 5위로 대도약을 이뤄냈다.

고무된 일본은 올해 초 국립훈련센터(NTC)를 JISS에 붙여 세웠다. JISS의 훈련장을 더욱 넓힌 모양새다. 스포츠 강국을 향한 일본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도쿄=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日, 금메달 10개 목표… 베이징 교통편까지 조사▼

“일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만큼의 성적을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JISS 현관 로비 게시판에 일본의 올해 목표와 현황이 담겨 있다. 일본은 2004년 당시 금 16, 은 9, 동 12개 등 총 37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 중 32개를 유도 수영 레슬링 체조 육상에서 획득했다. 일본은 이 5개 종목에 대한 지원과 훈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분석한 결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딸 수 있는 메달의 총수는 약 27개로 전망된다는 것. 이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보다 10개 부족한 수다.

일본으로서는 남은 기간에 경기력을 끌어올려 메달 수를 어떻게 해서든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금메달은 10개 이상, 총 메달 수는 30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베이징에서 파는 음료수 종류와 안전성을 면밀히 검사하고 견본을 선수단에게 보여주는 한편 베이징 내 교통편까지 상세히 조사해 사전준비를 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교통이 혼잡해 경기시간에 지각할 우려가 있다는 점, 영국선수단이 대기오염 방지 마스크를 지급한다는 점, 호주선수단이 베이징 인근의 학교시설을 빌려 선수단 회복시설을 확보했다는 점 등 각국 선수단의 준비 상황을 일본선수단에 제공하고 있다.

도쿄=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