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쇠고기’를 넘어, 民生 회복에 國力 모으자

  • 입력 2008년 6월 22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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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미 정부의 ‘품질체계평가(QSA)’를 통해 보장받는 데 성공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함유 우려가 있는 뇌, 척수 등 네 부위가 추가로 수입 제한된다. 우리 측이 미국 도축장 점검 권한도 확보했다. 식탁 안전문제에 극도로 민감해진 국민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성과로, 전면 재협상을 하더라도 더는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일부 단체와 시위대, 그리고 이에 편승한 야당이 국가 통상대계(通商大計)를 뒤흔들 재협상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정략적 공세다.

재협상 요구는 억지…수입 안전관리에 총력을

어제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불안감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소 늦추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 보관 중인 물량이 쇠고기 고시 시행 직후 판매되면 광우병 논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드러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인 한우 값을 감안하면 한우는 물론이고 호주산 등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가 진열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권익을 보장하는 길이다.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만 호주산 등 수입 쇠고기 3만 kg을 한우로 속여 판매한 사례가 적발됐다. 쇠고기가 식당과 유통업소 등 전국 33만 곳에서 판매되므로 단속이 쉽지 않겠지만 원산지 속이기만큼은 반드시 막으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정부는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철저히 지켜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 한우농가와 축산업계는 품질장려금 지급 등 정부 지원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사육 도축 유통의 전 과정을 개선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불법폭력 誘導세력’ 단호히 배격할 때

정부의 추가협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제 저녁부터 어제까지 계속된 철야 시위에서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고 버스에 불을 지르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방화하려던 사람은 시위대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지만 이른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계속 시위를 부추긴다면 심각한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촛불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대책회의는 사실상 불법과 폭력을 유도하고 있다는 국민 각계의 분노 어린 시선을 따갑게 느끼고 정부를 겨냥한 무리한 무한투쟁을 끝내야 한다.

시위대는 그제 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공사용으로 보관하던 모래주머니를 불법으로 꺼내가서 도로 한복판에 ‘국민토성’이라는 것을 쌓아놓고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용했다. 그 모래도 국민 공유의 재산이다. 도심에서 새벽까지 확성기를 동원해 벌인 시위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잠도 못 자고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광화문과 시청 주변에 사는 주민과 직장인들은 통행권을 제한당하고, 인근 식당과 업소는 두 달가량 장사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영업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남의 생활권과 행복권을 해치면서 불법시위를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경제활동과 생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법시위를 방치함으로써 법질서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 평범한 국민의 소중한 생활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대책 없이 마냥 방치하는 정부는 정부라고 할 수도 없다. 사회 각계각층도 불법과 폭력을 유도하거나 이에 동조해 불법시위를 일삼는 세력을 단호하게 꾸짖고 배격해야 한다.

10년 집권했던 야당, 無責任의 극치 벗어나야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통합민주당 김종률 정책위 부의장은 “QSA 방식은 한마디로 치명적 독이 잔뜩 든 트로이의 목마”라며 “해결책은 오직 전면 재협상뿐”이라고 강변했다. 자유선진당도 “미국의 간접규제 방식에 국민의 건강권을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민주노동당이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과 선진당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때의 여당인 옛 민주당과 노무현 정부 때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합쳐진 당이다. 최근 10년간 국정을 책임진 경험이 있는 정당이고, 국무총리와 장차관을 지낸 인사도 수두룩하다. 선진당도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회창 총재와 총리행정조정실장으로 국정 전반의 실무책임을 맡아본 심대평 대표가 이끄는 당이다.

두 정당 사람들은 정부의 이번 추가협상이 ‘마지막’이 될 수밖에 없음을 뻔히 알 것이다. 그럼에도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외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을 흔들기 위해서라면 국정(國政) 마비, 경제와 민생 위기, 세계화 대응 및 선진화 포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국민에게 무책임한 운동권적 행태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국회 등원문제에 관한 당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책임한 강경파에게 당이 끌려가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우리는 요망한다. 헌법에 따라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당이라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이제라도 고민하고 여야를 떠나 함께 그 길을 가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 合心해 고통 나눠야 위기 극복

기름값을 비롯한 생활물가 급등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물가 상승, 내수경기 침체, 국제유가 폭등, 선진국 경제 위축 등 국내외 악재가 우리 경제와 민생을 협공하는 형국이다. 민관(民官)이 모두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경기(景氣) 관리에도 미숙했던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인적 쇄신을 계기로 경제난 극복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정책 혼선을 초래한 ‘성장이냐, 안정이냐’ 식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할 실질적인 방안을 내고 실행해야 한다. 고유가에 따른 서민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역량을 쏟되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체질 강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 투자 고용의 주체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경제위기 타개의 주역이 돼야 한다. 투자의 물꼬가 터져야 경제 전체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숱한 위기를 이겨낼 때마다 경험했다.

국민 개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봉급생활자든, 자영업자든 각자의 경제행위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불안 심리에 휩쓸려 꼭 필요한 지출까지 줄이는 것이 이웃과 나, 공동체 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힘든 시기일수록 고통 분담을 통한 공생의 지혜가 절실하다. 우리 모두의 피땀으로 이뤄낸 세계 10위권의 경제가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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