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새 참모들, 국민에게 안테나 맞춰라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이 거의 전면 교체됐다.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새 핵심 참모들은 1기 참모들이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해 117일 만에 퇴진한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중책을 맡았다.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상태라 웬만해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새 참모진은 국민에게 안테나를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만의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지난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충성심 경쟁에서, 또는 ‘모난 돌’로 찍힐까 봐 대통령 코드에 맞추기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우르르 몰려가기 십상이었다. 1기 참모진이 실패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에게 바른말 하기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어떤 직언이든 경청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싫어하면 참모들은 입을 닫는다.

새 참모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낡고 좁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정치도, 시장도, 국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고 따라잡으려면 공기처럼 흐르는 민심의 잣대로 세상을 봐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실시간(實時間)으로 읽어내고 대처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청와대는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충실하고 구체적인 정책 추진은 내각에 맡겨야 한다. 그동안의 내각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참모들은 청와대가 더는 권부(權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부처 장관들이 자율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해서도, 내각보다 앞에 서 있어서도 안 된다.

참모들이 ‘얼리 버드’처럼 바쁘게 일하는 것은 좋지만 일다운 일을 하는 데 바빠야 한다. 1기 참모들도 바쁘게 움직였지만 쇠고기 사태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 참모진은 일의 맥을 바로 짚어야 하고, ‘내가 생색이 나지 않더라도’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해 국정의 허(虛)를 메워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