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7단 정도의 실력이라면 흑 75에 백이 순순히 이어줄 것이라는 착각은 하기 힘들다. 크게 잘못 생각한 셈이다.
참고도 흑 1이 정수. 백 2로 응수할 때 흑 3으로 손을 돌린다. 참고도와 실전을 비교하면 완전히 한 수 차이가 난다. 백 86까지 하변이 백의 수중에 떨어져 백 우세가 확연해졌다.
백 92에 흑 93, 95로 타이트하게 받은 것은 불리함을 의식한 수. 백 100, 102로 하변 흑 진이 뚫리는 아픔이 있지만 전체 백 대마를 미생으로 만들어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 대마를 지금 잡으러 가긴 어렵다. 외부의 여건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말하자면 현찰을 내주고 어음을 받은 것이다. 어음은 부도날 수도 있는데도 현 상황에서 현찰을 챙기다간 승리할 수 없다고 본 승부수였다.
흑 117로 좌변 백 진에 침입해 본격적인 흔들기가 시작됐다. 흑은 이곳에서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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