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성호]공권력은 존중돼야 한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5월 초부터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국민 건강권 확보·증진을 표방하는 비교적 순수한 문화제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반정부 구호가 난무하는 정치집회로 변질돼 버렸다.

정당한 공권력, ‘폭력경찰’과 달라

촛불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과격성을 더해가고 있다. 참가자들이 한밤중에 시내 한복판 도로를 점거해 불법 가두시위를 벌이며 몸싸움을 하더니, 급기야 ‘청와대 진격투쟁’, 곧 국민의 수임을 받은 합법정부에 도전하는 정치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가두 진출 및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에 연일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끝내 경찰은 시위대 해산 차원에서 물대포를 사용했고, 물대포를 맞은 몇몇 시위대원이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한 여대생이 군홧발에 밟히는 일도 일어났다.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태를 두고 지금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폭력경찰 운운하며 공권력을 매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경찰 탓으로 돌리는 게 과연 타당할까. 우선 참가자들이 폴리스 라인을 지키고 그 안에서 평화적인 집회를 했으면, 이번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폴리스 라인을 침범해 불법시위를 전개하면 가차 없이 곤봉세례를 가하거나 물대포 등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31일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버스 차단벽을 무너뜨리려고 버스를 끌어내는가 하면, 버스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버스 지붕에 올라타는 등 격렬한 행동을 했다. 이는 우발적인 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였음을 말해준다. 과잉진압과 경찰의 책임을 거론하려 한다면, 이러한 대응을 불러온 시위대의 ‘유인책임’도 따져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선량한 국민이라면 공권력이 불법폭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또 방어벽이 뚫려 시위대가 청와대로 난입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숭고한 가치다. 그러나 모든 인권이 그러하듯 내재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적법하게, 또한 평화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지 않은 집회·시위는 인권의 남용을 의미하며, 공공의 안녕질서란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경우엔 국가안보,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을 가하는 것이 마땅하며, 우리 헌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헌법 및 집시법 등에 따라 개인과 단체의 집회·시위도 보호하고, 동시에 공공의 안녕질서도 유지해야 한다. 서로 상충될 수 있는 이 두 가지 법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헌법과 관계 법률은 필요 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물리력 사용을 경찰에 허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모든 국민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선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폭력경찰, 백골단, 공안정국 운운하며 폄훼하는 일이 있었다.

시위權남용 제한 헌법서 인정

그러나 이제 우리는 공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모두를 편하게 만들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과잉대응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위대의 공권력 무력화 기도는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눈치 보기나 무원칙한 법집행, 그리고 법원의 사법온정주의는 불법시위를 부추기는 것일 뿐, 선진 법치사회 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차제에 시위대의 인권만이 아니라, 전·의경의 인권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라는 점을 아울러 강조하고 싶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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