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범]최저임금 인상, 低賃근로자 고용 피해없게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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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사 간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격차가 너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동결을, 민주노총은 전년 대비 26.3%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상률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에 대해서도 노사 간의 견해차가 크다. 대기업은 현재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정기상여금이,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숙식비 등 현물 급여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택시 회사들은 2007년도에 성과수당이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서 제외됐으므로 고정상여금 및 고정수당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고세금이라는 ‘오고가(五高價)’ 시대에 최저임금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당초의 도입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돼야 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를 매년 벌어지는 임금교섭의 전초전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준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최저임금의 시행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은 올라가지만 일부 근로자는 고용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지난해 시행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수준의 상향 조정은 고령 근로자가 대다수인 아파트 경비직의 고용 불안을 가져와 올해에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예외규정을 두자는 주장이 나온다.

2005년에는 법의 효력 시기가 그해 9월 1일에서 다음 연도 1월 1일로 변경됐다. 이는 1993년에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임금교섭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효력 시기를 9월 1일로 바꾼 제도 개선을 개악시킨 조치였다.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정부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그 나라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시장도 없고 노동조합의 역할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나 경제 사회 발전의 정도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우리가 1988년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유는 시장 기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될 경우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될 영세중소기업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노사정 모두 자각해야 한다. 취약계층 보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현실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동결하자는 경영계의 요구는 무리가 있다.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가 최저임금의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에 30% 가까운 인상을 요구한 노동계의 주장은 저임금 근로자보다는 전체 근로자의 10% 수준의 비교적 고용이 안정된 노조 조직 근로자의 이익 보호를 우선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대안이 도출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10% 내외로 인상됐기 때문에 대기업도 고정적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자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중소업체들의 주장은 시행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택시의 경우 단순히 산입 범위 변경 때문에 현행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가 초래됐다면 고정수당을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회사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 운영의 개선이 요구된다. 그 기준은 법에 의한 임금 수준의 과도한 보호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기회 상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제도가 운영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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