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유로2008 안에 프리미어리그 있다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6월 8∼30일·오스트리아 스위스 공동개최) 본선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축구 축제를 빛낼 것이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의류업을 하는 젊은 디자이너 슈테파니 셰프만이 ‘패배자들이 개최하는 대회’라는 문구를 단 옷을 파는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잉글랜드 국민 중 일부는 셰프만을 마녀처럼 불태워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흥미로워하며 셰프만의 옷을 사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개최국의 이점을 앞세워도 우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오스트리아 출신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미들즈브러의 거친 수비수 에마누엘 포가테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없는 게 오스트리아로선 더 나을 수도 있다.

유로2008에 출전하는 선수 중 39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러시아만 프리미어리거가 없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일부 선수는 정말 뛰어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페르난도 토레스(이상 스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그 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잉글랜드 클럽들이 외국 선수를 싹쓸이해 주도권을 쥐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호날두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블라터 회장은 점수를 따고 있다.

호날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뛰고 곧바로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첼시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대적한 뒤 함께 자국 대표팀에 소집된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호날두와 카르발류는 그리 친해 보이지 않았다. 카르발류는 축구화로 호날두를 의도적으로 차기까지 했다. 그래서 경고를 받았고 호날두는 적에게 하듯 동포 선수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마치 대표팀에서 서로 안 볼 듯했다.

포르투갈은 유로2008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포르투갈은 4년 전 수비 위주로 우승했던 그리스와는 달리 화려한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활기찬 플레이를 선호한다.

유럽 감독들은 프리미어리그의 과도한 경쟁심을 좋아하면서도 우려한다. 외국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의 질을 높였고 결국 세계 최고의 리그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역효과도 컸다. 정작 잉글랜드 선수들은 갈 곳을 잃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맨유는 잉글랜드 스타일에 외국 선수들의 능력이 가미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가 노쇠해지면서 잉글랜드 출신 선수의 비중이 적어지고 외국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웨인 루니가 유로2008 때 결혼과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사이 맨유의 에드윈 판데르 사르(네덜란드)와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 호날두, 나니(포르투갈)는 유로2008를 누빈다. 첼시의 페트르 체흐(체코)와 카르발류, 미하엘 발라크(이상 독일), 플로랑 말루다, 니콜라스 아넬카(이상 프랑스)도 마찬가지.

과연 이들이 국가를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을까. 호날두는 이미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열정을 가지고 뛰겠다. 하지만 맨체스터에서 ‘더블(2관왕)’을 하기 위해 많은 경기를 뛰었고 그만큼 나는 지쳐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바꿔 입는 순간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독일의 주장 발라크가 라커룸을 함께 썼던 체흐나 아넬카, 말루다와 경쟁해도 절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판데르 사르가 호날두와 승부차기에서 맞대결할 수도 있다. 축구의 세계는 작지만 큰 보상이 따른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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