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누리꾼 ‘中지진 조롱’ 망발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중국인들은 지금 천벌을 받고 있는 거다.”(ID ‘zzangga88’)

“숭례문 불탈 때, 성화 봉송에서 되놈들은 더했다.”(ID ‘aiglife35’)

지진 참사를 당한 중국 쓰촨(四川) 성에 전 세계의 관심과 지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웹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일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neusitz’라는 ID의 누리꾼은 “중국놈들 인과응보”라며 “우리가 저런 일을 겪었다면 중국놈들 거들떠나 봤을 줄 아나? 아마 콧방귀도 안 뀌었을 놈들이다”라고 적었다.

이 같은 악성 댓글은 중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누리꾼 ‘kimnspat’은 “한국의 중국 애들 다 내쫓아라. 그러면 보이스피싱 사기와 불량 먹을거리도 다 사라진다”는 댓글을 올렸다.

특히 한국 누리꾼들의 이 같은 악성 댓글은 중국 포털사이트에까지 옮겨지며 한국 119구조대의 생명구조 활동 등 한국의 지원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번 재난에 대해 ‘한국은 웃고 일본은 울었다’는 생각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누리꾼들 사이에서 악성 댓글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 ‘gainaxjjang’은 “똑같이 귀중한 생명이고 사람”이라며 “단 1초만이라도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성숙한 대한민국 사람이 되자”고 호소했다.

누리꾼 ‘hwkon’은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수혜를 많이 보는 국가는 한국“이라며 “국가 재앙을 보고 비웃는 건 삼가자”고 지적했다.

이런 누리꾼의 행태는 중국에 대해 쌓여온 악감정이 폭발한 결과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구려 역사 편입 문제, 성화 봉송 사태 등 최근 몇 년간 중국과 관련해서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어려움을 겪자 대리만족을 느끼는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한 조롱, 폄훼는 인격적인 미성숙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애도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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