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우승의 기쁨, 낮은 곳으로 임한다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현주엽(33·LG) 방성윤(26·SK) 양희승(34·KTF)은 프로농구 고액 연봉자로 꼽힌다.

현주엽은 4억1000만 원, 방성윤은 4억 원, 양희승은 3억5000만 원.

연봉 3억 원이 넘는 선수는 12명인데 이 중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는 이 3명뿐이며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적도 없다.

우승을 못한 게 이들 선수 탓만은 아니지만 팀을 이끄는 간판스타이기에 자존심이 상한다.

현주엽은 최근 신임 LG 사령탑에 강을준 감독이 정해졌다는 소식에 선수 중 맨 먼저 전화를 했다. 당시 명지대에 몸담고 있어 대학대회에 출전하고 있던 강 감독에게 현주엽은 “김천에 내려가 인사하겠다”고 해서 강 감독이 만류하기도 했다. 새 감독과 좋은 인상으로 만나 앞으로 우승컵을 안아보겠다는 의미였다.

이상민(삼성)은 얼마 전 사석에서 양희승이 고교 시절 고려대에 입학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고려대 임정명 감독이 양희승에게 “서장훈이 고려대에 입학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원서에 사인했다는 것이다. 뛰어난 선수와 같이 뛴다면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서장훈은 연세대로 진학했다.

틈만 나면 미국 진출을 언급하는 방성윤 역시 현주엽과 양희승보다는 젊은 20대지만 2005년 프로 입단 후 지난 시즌에야 처음으로 6강에 올랐을 뿐이다.

부상에 자주 시달리는 이 3명은 개성이 강하고 동료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데 약점을 드러냈다. 리더로서의 역할보다는 코트 안팎에서 자신을 먼저 내세우는 성향이 짙었다.

동부에서 세 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본 전창진 감독은 “나를 낮추는 희생정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올 시즌 세 번째 정상에 오른 뒤 10일 결혼한 동부 김주성은 하객에게 ‘팀을 키우는 최강 팀장’이라는 책을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어릿광대 10명만으로 서커스를 할 수 없다’는 등 팀워크를 높여야 성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우승 반지의 꿈에 목말라 있다면 비시즌을 맞아 자신과 주변을 한번 진지하게 돌아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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