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美교포사회 “인신공격 댓글 이럴수가”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아메리카의 미친×가 한인회를 장악했구먼.”

“미국인 미친××, 입 닥치고 살아라.”

요즘 뉴욕한인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처럼 저급한 제목을 달고 있는 글들로 홍수를 이룬다. 한인회가 얼마 전에 ‘미국 내 한인 교포들도 미국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고 있다’는 성명서를 낸 뒤 벌어진 현상이다.

이후 인터넷상에서 이세목 뉴욕한인 회장은 ‘광우병 오적’으로 찍혔다. 일부 한국 누리꾼은 그가 쇠고기 유통업자 출신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이민생활 27년 동안 청과업을 해 왔다.

이 회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지만 한편으론 부작용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국이 언제부터 저렇게 바뀌었느냐”고 한탄했다.

그뿐 아니라 재미 한인교포 사회가 최근 미국 쇠고기 광우병 논란 이후 한국의 인신공격성 댓글 문화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시작하는 댓글은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댓글인 ‘코멘트(comments)’를 붙이는 것이 모든 사이트에서 가능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사에 코멘트를 다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를 허용한다. 인터넷 포털도 회사에 따라 다르다.

코멘트를 허용한 인터넷 공간도 한국식 댓글과는 품격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9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홈페이지에는 최근 미국 정가에서 가장 큰 이슈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경선 중단 여부에 대한 기사가 실렸고 이에 대한 독자들의 코멘트가 600개 이상 붙어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라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에 따라 자극적인 용어가 난무했을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밝히는 코멘트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코멘트를 할 때는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인신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판을 하더라도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

자신과 정치적인 성향이 달라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민병갑 뉴욕 퀸스대 사회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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