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전 대표, 親朴 감동시키듯 ‘국민감동 정치’를

  • 입력 2008년 4월 25일 22시 55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자신의 당권 도전 포기를 조건으로 친박(親朴) 당선자들의 복당을 요구했다. “계파정치를 할 것이라며 (나를) 못 믿겠다면 7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을 테니 전부 복당시켜 달라”고 한 것이다.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부박(浮薄)한 우리 정당정치에 흔치 않은 리더십이다.

그럼에도 그런 리더십이 국민 전체를 감동시키는 쪽으로 발휘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가 복당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공천에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의리와 원칙을 중시하는 그로서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컸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박 전 대표는 할 만큼 했다고 우리는 본다. 총선을 앞둔 당을 겨냥해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판도 했고, 총선 후에는 친박 당선자들만 모아 위로도 했다. 당이 복당 불가(不可) 방침을 밝히자 14일간 ‘침묵시위’도 했다. 그런 그가 꼭 이런 식으로 복당을 장기 이슈화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경위야 어떻든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의 이런 처신에 친박 인사들처럼 많은 국민도 감동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앞에는 긴급한 국정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정권 출범 두 달이 지났지만 인사 파문에다 급박한 총선 일정 등으로 국정의 진도(進度)는 거의 나가지 못하고 있다.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 관련 현안들이 수두룩한데도 야권은 ‘쇠고기 청문회’로 또 며칠을 날릴 태세다.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 앞으로 내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계속 당내 문제로 시간만 죽인다면 국민이 어떻게 볼까.

박 전 대표는 이쯤 해서 복당 문제는 당에 맡기고 당원으로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됐다. 복당 문제로 정권 초기의 금쪽같은 몇 개월을 흘려보내는 것은 그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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