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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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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농업인(조직)의 경쟁력과 농업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농업의 경쟁력은 사람(조직)과 기술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농업부문에서 사람과 기술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관은 농촌진흥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진흥조직의 존재 이유는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결과를 신속·정확하게 보급하는 서비스를 통해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번 정부조직 개편 때 농촌진흥청의 출연기관화 논란은 농촌진흥청이 이런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조직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 및 농업인과 농촌의 삶의 질 향상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농업은 투자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산업이 아니어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민간이나 시장에 맡겨 두기엔 사업영역의 심한 불균형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농업이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국가적 책무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농촌진흥조직이 고객에게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존속하려면 강력한 혁신 의지와 새로운 발상으로 농업인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농업 연구와 농촌 지도라는 2개의 주요 기능으로 이루어진 농촌진흥조직이 연구개발 결과와 지도 서비스를 통해 농업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실질적 소득 향상과 삶의 질 향상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소득 향상과 삶의 질까지 책임지는 자세는 농촌진흥조직의 연구와 지도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될 때 가능하다. 농업인이나 소비자는 농촌진흥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로 그 존재이유를 평가한다. 이 때문에 연구와 지도를 협력적·통합적 조직체계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농촌진흥조직이 추진하는 사업 방향과 전략, 그리고 각종 과제도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 방향과 직결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이런 틀 속에서 농촌진흥조직은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구와 지도를 수행해야 한다. 1997년 지도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된 이후 실질적인 농촌 지도를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지도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농업 연구는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연구, 현장과 밀착된 연구를 해야 하고, 농촌 지도는 생산기술의 보급을 넘어 실질적 소득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과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농업행정에 통합돼 있는 시군농업기술센터의 농촌 지도 기능을 분리해 독립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농촌 지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도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환원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농촌진흥조직은 이제라도 농업 연구와 농촌 지도의 내실을 다져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김진모 서울대 교수 농산업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