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수익률 떨어져 고민” 펀드 환매도 전략이 있다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요즘 회사원 이모(25·서울 관악구 신림동) 씨는 지난해 가입한 물 펀드를 환매할지 고민하고 있다. 매달 50만 원씩 11개월 간 투자했지만 수익률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입 초기에는 수익률이 ―1%였는데 이후 하락폭이 계속 커져서 한때 ―10%까지 간 적도 있다”며 “지금은 수익률이 ―8%여서 손해가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좋아질 것 같지 않아 환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펀드 환매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증시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는 손해가 너무 커 섣불리 환매하지 못하던 펀드를 처분할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 것.

금융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도 중요한 투자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환매를 할 때는 펀드에 가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준을 세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환매 시기 결정에도 전략 필요하다

환매를 하려면 먼저 환매 시기에 대한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환매를 고려해야 할 시기를 크게 4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첫째, 펀드의 운용 스타일이 바뀌었을 때다. 투자자가 가입할 때 기대했던 운용 스타일과 달라진다면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것. 가령 가치투자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 펀드가 공격적 스타일로 바뀌었고 투자자는 이를 원치 않는다면 환매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펀드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도 계속 저조할 것으로 전망될 때도 환매를 하는 것이 좋다. 같은 유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계속 보인다면 운용사의 운용 능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다. 예상했던 수익률에 도달하면 펀드 전액이나 일부를 환매한 다음 이를 다시 분산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증시 전망에 따라 펀드를 재배분해야 할 때다. 투자하고 있는 지역의 증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면 환매한 뒤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단지 펀드가 손실이 났다고 해서 섣불리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매를 할 때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파악해 투자 비중을 어떻게 조절할지를 결정한 뒤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지금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대안 없는 환매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 환매 결정했으면 수수료 등 최소화해야

펀드를 환매하려면 관련 규정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펀드는 90일 미만일 때 환매하면 이익금의 일정 부분을 환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를 처음 한 시기로부터 90일이 넘으면 환매 수수료를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펀드 수수료를 매기는 기준은 펀드에 돈을 납입한 날짜다. 따라서 매달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라면 환매하기 90일 전에는 불입을 중단해야 환매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환매를 할 때 어느 시점의 주가가 반영되는지도 확인해 둬야 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자가 오후 3시 이전에 환매 신청을 하면 당일 주가가 반영된다. 오후 3시 이후에 환매 신청을 하면 그 다음 날 주가가 반영된다. 주가가 크게 오른 날 장이 마감하기 조금 전에 환매 신청을 하면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기준이 좀 더 복잡하다.

기준 시간이 오후 5시인 펀드가 대부분이다. 일본, 중국 펀드는 오후 5시 이전에 환매 신청을 하면 그 다음 날 주가가 반영되고, 오후 5시 이후에 신청을 하면 이틀 후 주가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중동 아프리카 유럽 혹은 여러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환매를 신청한 날로부터 3∼5일 이후 주가가 반영되기도 한다.

환매 기준일과 기준 시간은 펀드 설명서,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홈페이지의 상품 설명에 실려 있으므로 환매하기 전 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이라면 세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는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만약 올해 펀드를 환매하면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넘지만, 내년에 환매하면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이 안 된다면 내년까지 기다리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환매할 때 한 번에 하기보다 여러 번에 나눠 환매하는 것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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