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原電수출, 韓총리도 나서야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한국전력이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내세워 세계 신흥 원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다음 달 터키 정부가 발주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할 이 모델은 경쟁국 모델보다 건설비용은 적게 들고 공간에 비해 효율성은 높아 경쟁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100% 미국 기술로 경남 양산에 고리1호기를 세운 이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체 원자로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원전 20기를 보유하고 수출시장까지 두드리는 세계 6위의 원자력강국이 됐다.

한전과 별도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루마니아에 중수로 수출을 추진 중이다. 특히 루마니아에는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스리마일 및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세계 원전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며 기술 축적을 해온 덕이다. 온실가스 감축 압력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자력이 제2의 황금기를 맞으면서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300기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가능성에 주목해 원전을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으로 만들자고 취임사에서 말했다.

하지만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경제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3강국이 주도하는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국제정치 역학관계와 국가간 신뢰관계도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원자력협정이나 국가 간 양해각서(MOU)가 먼저 체결되는 것이 관례다.

한전의 한국형 원자로 수출은 한 프로젝트(원전 2기 한 묶음)가 5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한 프로젝트 수주 여부만으로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요 원전 국가들이 수주전(戰)에 국운을 걸다시피 뛰어들 만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초 알제리 리비아 모로코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권 국가를 순방한 것도 원전 수출이 주된 이유였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자원외교를 주요 역할로 내걸고 취임했다. 그는 세계를 누비며 원자재 수입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에너지 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중요한 자원외교, 경제외교다. 한전이나 한수원 등은 공기업으로 민간기업과는 달리 수출시장 개척에 애로가 많다. 여기서 한 총리의 실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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