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유인촌 장관, 되살아난 盧코드 사장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코드’로 임용된 산하 단체장들의 거취문제를 맡고 있는 책임자다. 그런데도 그의 철학과 원칙이 불분명해 보인다. 닷새 전만 해도 대상 단체장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더니 그제는 돌연 “대상이 됐던 많은 분들께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생각이 바뀐 것인가,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인가.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니 딱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전(前) 정권의 좌 편향 코드 인사 덕에 지금의 자리를 맡게 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권이 바뀌면 새 임명권자에게 최소한 재신임이라도 물어보는 것이 도리일 텐데도 대놓고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는 사람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야당인 통합민주당에 비례대표 신청까지 했다.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주무 장관이 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좌파 단체들은 ‘거 봐라’는 듯이 유 장관을 비웃으며 “문화정책이나 잘하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전 정권에서 임용됐지만 전문성을 지닌 인사는 계속 기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상을 잘못 골랐다. 오 사장은 문화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친노(盧) 인터넷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에게서 그의 부인 김모 씨를 대학교수로 임용시켜 달라는 인사 청탁을 받고 직접 로비에 나선 인물이다.

청와대 조사 결과 이 사건에는 문화계 친노 실력자인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정동채 문화부 장관도 관여 의혹을 받았지만 오 차관이 물러나는 것으로 덮어졌다. 그런 오 씨를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대통령 특보로 임명했다가 임기 말이던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 사장 공모 때 사장으로 뽑았다. 전형적인 보은(報恩)인사요, 코드인사였다. 오 씨가 이번에 사표를 낸 것도 그런 점을 자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새 정부의 인사정책에 원칙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 정권이 내건 가치와 신념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 가라고 국민에게 위임을 받았음을 뜻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유 장관처럼 흔들려서는 노회한 좌파의 농성전(籠城戰)에 맞설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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