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유럽의 노인복지<上>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영국의 노인복지 서비스는 주로 민간자선재단이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이나 지역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의 토인비 홀과 에이지 컨선의 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들이 강사의 지도로 그림 그리기 학습과 컴퓨터 배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개 무료이며 재원은 각종 기부와 사업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사진 제공 토인비 홀, 에이지 컨선
영국의 노인복지 서비스는 주로 민간자선재단이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이나 지역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의 토인비 홀과 에이지 컨선의 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들이 강사의 지도로 그림 그리기 학습과 컴퓨터 배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개 무료이며 재원은 각종 기부와 사업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사진 제공 토인비 홀, 에이지 컨선
英, 민간 자원봉사-기부가 ‘행복한 노후’ 버팀목

《우리보다 일찍 인구 노령화를 겪었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발달한 유럽의 노인복지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유럽의 노인복지 실태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을까.

점차 고령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은퇴 후의 삶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영국과 독일 스위스의 노인복지 제도를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현지 취재하여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영국 런던의 해머스미스 지역에 사는 윌리엄(88) 씨는 3년 전 한 차례 뇌중풍(뇌졸중) 증세로 쓰러진 후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지역의 노년권익증진단체인 ‘에이지 컨선(Age Concern)’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상태가 자신감 상실에 따른 자폐증임을 파악한 에이지 컨선의 자원봉사자는 매일 그를 찾아와 주간보호센터에 함께 다니며 같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유도했다. 윌리엄 씨는 차츰 사회성을 회복했으며 이제는 매일 혼자 주간보호센터에 나가 오락 프로그램과 체스게임을 즐기고 있다.

런던 타워햄리츠 지역에 사는 미아흐(60) 씨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노동자로 런던 근교의 섬유공장에서 40년간 일했다. 그는 3년 전 실직한 데다 당뇨병까지 생겼으나 약값은커녕 집세를 낼 돈도 없어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는 국가로부터 각종 연금과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었으나 그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 그는 회교 사원에서 만난 친구의 소개로 이 지역의 공동체봉사센터인 ‘토인비 홀’을 찾았다. 이 기관 직원들의 주선으로 그는 방 2개짜리 아파트 한 채를 구청으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현재 부부가 월 676파운드(약 132만2400원)의 복지수당을 받고 있다.

영국 노인복지의 특징 중 하나는 민간부문의 활동이 매우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은 연금이나 각종 수당, 또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 제공 등에 국한되어 있다.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각종 프로그램은 거의 모두가 민간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은 각종 자선기금이나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에이지 컨선 잉글랜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1940년에 발족한 이 단체는 노인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기구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 4개의 전국 조직이 있고 산하에 400개의 지부를 갖고 있는 이 조직은 유급직원만 전국적으로 4800여 명이며 5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자원봉사자의 75%가 50세 이상으로 노(老)-노(老) 케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단체는 전국적으로 1000개 이상의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면서 노인들이 오락과 스포츠, 게임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점심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이 단체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노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이 단체가 하는 일은 크게 △정보와 조언 제공 △집 밖에서의 활동 촉진 △외로운 노인에 대한 정서적 사회적 지원 활동 △거동이 불편한 노인 수발 등이다. 아울러 정부의 노인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2006년 영국이 연령법 개정을 통해 연령차별을 불법화하고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한 것에도 이 단체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에이지 컨선의 지난해 총수입은 8648만 파운드(약 1643억 원)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이나 단체의 기부금이 17%를 차지한다. 특히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재산을 이 단체에 기증하는 사례도 많다. 수입 중 가장 큰 부분(72%)은 사업 및 투자와 관련한 것이다. 주택보험, 가계보험, 자동차보험, 여행보험, 애완동물보험 등 장노년층의 수요와 욕구에 맞춘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단체가 운영하는 에이지 컨선 보험서비스(Age Concern Insurance Services)는 영국 최대의 보험회사 중 하나다. 이 단체의 지난해 수입 대부분은 각종 자선 활동과 노인지원 활동에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단체의 경우도 유사하다. 토인비 홀은 유급직원이 63명이지만 자원봉사자는 연간 480명에 이른다. 이 중 28명은 6개월 내지 1년간 이 시설에 거주하며 봉사활동을 한다. 이 시설은 문제청소년 지원, 불우여성 지원, 성인교육 프로그램 운영, 노인복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토인비 홀의 연간 예산은 340만 파운드(약 65억 원)로 집계됐다. 이 중 사업 수입이 47%, 기부금이 31%, 자산 수입이 16%, 이벤트 수입이 4%, 이자소득이 2%다.

영국의 노인복지의 핵심은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과 관계를 이어가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민간부문의 자원봉사와 기부로 지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지 컨선 영국본부의 국제협력팀장인 재키 모리세이(여) 씨는 “우리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기관이면서도 정부가 못 하는 장노년층 복지의 상당 부분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원동력은 자원봉사와 기부 등을 통한 일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으며 그 성과는 결국 그들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런던=정동우 사회복지전문 기자 forum@donga.com

■ 각국 은퇴자협회 비교해보니

영국의 에이지 컨선 잉글랜드(ACE)는 미국의 은퇴자협회(AARP)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차이점은 ACE가 AARP에 비해 훨씬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AARP는 정규 회원 3700만 명에 상근 유급직원이 2200명이고 약 450만 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연간 예산은 10억 달러(약 9500억 원)에 이른다. 규모면에서는 ACE를 압도하는 셈이다.

AARP는 엄청난 수의 회원을 바탕으로 물품구입 할인혜택, 각종 보험 할인혜택 등 회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한편 회원들의 권익과 목소리가 국가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ACE는 이들 역할 외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 직접적인 수발을 제공하고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한다. 활동 영역에서는 ACE가 좀 더 스킨십이 강화된 지원을 하는 편이다.

한편 한국은퇴자협회(KARP)는 미국의 AARP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세력의 응집이 불충분해 아직 권익단체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 사회복지 생생한 체험”…한국암웨이 해외연수 호평▼

주식회사 한국암웨이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일선 사회복지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선진국의 사회복지 기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2002년부터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소속의 98개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연 1, 2회씩 열흘 내외의 단기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회 선발인원은 25명 정도로 이들에게는 방문국의 지역커뮤니티센터, 장애인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을 둘러보고 이용 시민 및 관계자들과 대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연수를 한 국가는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체코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이 프로그램의 2008년 연수팀으로 지난달 영국 독일 스위스를 다녀온 서울 신목종합사회복지관 이재혁 씨는 “이들 국가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방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현장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가르침을 얻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암웨이 사회공헌팀 김상두 부장은 “사회복지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약자와 소외계층에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런던=정동우 사회복지전문 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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